전철 9호선이 개통되면서 새 출퇴근길이 생겼다. 집과 동작역 사이의 산길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사당역까지 걸어가던 길보다는 숲길을 지나가므로 훨씬 좋아졌다. 다만 정장 차림으로 걷기에는 마치 양복에 갓을 쓴 것처럼 어색하다. 아침 산책을 나온 등산객들 사이에서 구두를 신고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내 모습은 별스럽게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둘째치고 걷고 나면 구두나 바지가 흙으로 지저분해지는 게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아침 출근길에 이런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아닌가. 전철을 이용하면 5 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이렇게 30 분이나 걸리면서도 일부러 걸어서 간다. 집에서 동작역으로 가든 사당역으로 가든 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