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7

새 출퇴근길이 생기다

전철 9호선이 개통되면서 새 출퇴근길이 생겼다. 집과 동작역 사이의 산길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사당역까지 걸어가던 길보다는 숲길을 지나가므로 훨씬 좋아졌다. 다만 정장 차림으로 걷기에는 마치 양복에 갓을 쓴 것처럼 어색하다. 아침 산책을 나온 등산객들 사이에서 구두를 신고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내 모습은 별스럽게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둘째치고 걷고 나면 구두나 바지가 흙으로 지저분해지는 게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아침 출근길에 이런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아닌가. 전철을 이용하면 5 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이렇게 30 분이나 걸리면서도 일부러 걸어서 간다. 집에서 동작역으로 가든 사당역으로 가든 마찬..

사진속일상 2009.09.18

한강의 아침

출근할 때 시간 여유가 있으면 전철역에서 내려 한강으로 나간다. 둔치의 아침 공기는 상쾌하고 전망은 시원하다.부지런한 사람들은운동복 차림으로 아침 산책을 하고 있고, 강가에는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둔치길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이렇게 30 분 정도 산책하고 들어가면 몸도 마음도 가볍다. 다 직장이 한강에 이웃해 있는 즐거움이다. 요사이는 이 아침 산책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일부러일찍 집에서 나오려고 한다. 오늘도 아침에 걸은 총 시간이 1 시간은 된다. 자가용으로 가면 집에서 직장까지 20 분이 채 안 걸리는데이렇게 하면 한 시간 반이나 소요된다. 그래도 나는 걷는 게 좋다. 주위의 이것저것에 눈길을 주면서 느릿느릿 여유를 부리며 걷는다. 이때가 하루에서 행복한 시..

사진속일상 2009.05.26

폭우 속 출근길

밤새 천둥번개가 잇따르며 잠을 설치게 한 장맛비가 아침 출근길에는 폭우로 변했다. 앞 유리창을 흘러내리는 빗줄기와 자동차 철판을 때리는 빗소리가 어우러져 주술에 걸린 듯 잠시 황홀경에 빠진다. 운전이 좀 불편하면 어떠랴. 이런 날은 장대비를 뚫고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싶다. 장대비 속에서 해 보고 싶은 것도 많다. 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는 것.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였던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는 주인공이 나도 되어보고 싶다. 그리고 한 바탕 크게 쏟아지는 비는 나에게 늘 성적인 그 무엇을 연상시킨다. 비는 하늘과 땅의 교합(交合)을 상징하기 때문일까, 넓은 유리창으로 빗물이 흘러내리는 바닷가 아늑한 방에서그이와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나는 문득 꿈꾸게 된다. 약해졌지만 비는 지금 ..

사진속일상 2007.07.02

꽃만 피면 뭐 헌다냐

츨근길에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는데 작은 찻집 유리창으로 아침해가 화사하게 뜨고 있다. 문득 봄이 내 가까이 와 있음을 느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말든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다. 그 철두철미함에 어떤 때는 소름이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하늘이 보고 있다면 한 해 봄 쯤 거두어가 버릴 만도 하건만 지상의 일에 하늘은 아무 관심이 없다는 듯 봄은 다시 찾아왔다. 며칠 전 신문에 김용택 시인의 편지가 실렸다. '어젯밤에 처음 소쩍새가 울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저녁은 참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는 봄밤이었습니다. 내가 사는 우리 마을 풍경이 내일 아침이면 엄청나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잠 못 들게 했습니다. 내게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은 공포입니다.... 이게 나라입..

사진속일상 2007.04.07

아침의 비틀기

두 번의 자명종이 울리고서야 잠에서 깬다. 아이도 아직 떠지지 않은 눈을 비비며 비틀비틀 화장실로 들어간다. 참 이상하다! 이런 규칙은 누가 만들었을까? 아침의 태양과 인사를 나눌 시간은 누가 빼앗아갔는가? 좀 늦게 일어나고, 게으름을 부리면 안 되는 걸까? 그러나 아이는 이런 일상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도리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믿을 것이다.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시간에 맞추어, 종소리에 맞추어 생활해야 된다는 순치된 습관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 주범은 역시 학교다. 지각하면 혼이 나고, 결석이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개근상이 최고로 가치 있다고 배웠다. 그렇게 해서 산업사회의 길들여진 노동자로 자라났다. 기계에게나 어울릴 법한 그런..

사진속일상 2006.09.21

첫째의 첫 출근

오늘은 첫째 아이가 직장에 첫 출근을 한 날이다. 지난 몇 달간 취직을 하기 위해 여러 군데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더니 한 작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구직 기간이 길지 않은 것 같지만,이름 있는 회사에 낸 원서는 대부분 서류 전형에서 탈락해서 아이 나름으로는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의 적당한 선에서 만족해 준아이의 태도가 고맙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계속 청년 실업자의 대열에 서 있어야 했을 것이다. 직장을 구하는데 아빠가 힘이 되어주지는 못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도 안스럽고 안타까웠다. 그것은 내 아이가 취직을 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가지는 비인간적인 시스템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한국 ..

길위의단상 2006.02.01

장갑과 귀마개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일주일여 계속되고 있다. 겨울의 삼한사온도 이젠 사라진 것 같다. 삼한사온만이 아니라 기상에 관한 옛 속담들도 이젠 잘 들어맞지 않는다. 날씨도 시대를 닮아가는지 기상 변화도 극단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서해안 지역은 몇십 년만의 폭설과 추위로 피해가 엄청나다고 한다. 이 장갑과 귀마개는 지금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내 방한 도구이다. 장갑은 지하철 행상에게서 천원에 산 것이고, 귀마개는 노점상으로부터 이천원에 산 것이다. 둘 다 값에 비해서는 품질도 괜찮고 보온 효과도 좋다. 특히 귀마개는 오랜만에 써 본다. 옛날 귀마개에 비해 디자인도 새로워졌고 사용하기에도 아주 간편해졌다. 초, 중학교 시절 겨울이면 소백산에서 불어내려오는 차가운 북풍이 걸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세차게 ..

사진속일상 200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