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장갑과 귀마개

샌. 2005. 12. 14. 10:56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일주일여 계속되고 있다. 겨울의 삼한사온도 이젠 사라진 것 같다. 삼한사온만이 아니라 기상에 관한 옛 속담들도 이젠 잘 들어맞지 않는다. 날씨도 시대를 닮아가는지 기상 변화도 극단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서해안 지역은 몇십 년만의 폭설과 추위로 피해가 엄청나다고 한다.

 

이 장갑과 귀마개는 지금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내 방한 도구이다. 장갑은 지하철 행상에게서 천원에 산 것이고, 귀마개는 노점상으로부터 이천원에 산 것이다. 둘 다 값에 비해서는 품질도 괜찮고 보온 효과도 좋다. 특히 귀마개는 오랜만에 써 본다. 옛날 귀마개에 비해 디자인도 새로워졌고 사용하기에도 아주 간편해졌다.

 

초, 중학교 시절 겨울이면 소백산에서 불어내려오는 차가운 북풍이 걸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세차게 몰아쳤다. 맞바람을 맞고 가야하는 하교길은 중간에 몇 번씩이나 쉬어서 가야 했다. 그때의 귀마개는 타원형으로 생긴 딱딱한 커버의 안쪽에털이 붙어 있었다. 고무줄로 고정시켰는데 쓰고 나면 이마에 고무줄 자국이 남곤 했다.

 

새벽에 출근하는 길이면 북악과 인왕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차갑다. 걸어갈 때 제일 시린 부분이 귀 끝이다.그런데 귀마개를 해서 그 통증을 막으니 몸 전체가 따스하게 느껴져 좋다. 이 정도면 아무리 추워도 출퇴근길에 별 무리는 없을 것같다.

 

날씨가추운 것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마음까지 추워져서야 안 될 것 같다. 타인의 언 마음을 녹여주는 따스한 훈기가 되기 - 그러나 나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도리어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지 않았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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