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6

비닐하우스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가슴이 먹먹해지며 오래 한숨을 쉬었던 영화다. 내용이 스릴러 영화로 분류될 정도로 긴장을 시키지만, 나는 영화에서 비중 있게 나오는 치매에 걸린 노년의 삶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데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살아가는 문정은 아들과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간병인 일을 한다. 소년원에 있는 아들은 곧 출소할 예정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문정이 자신의 뺨을 때리는 자학 증세가 나오는데 이는 문정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문정은 성심성의껏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간병하는데, 어느 날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고 문정은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든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파멸의 길로 들어가고 만다. 가족이라는 족쇄가 문정..

읽고본느낌 2023.12.01

산 대로 죽는다

"엄마의 죽음의 과정은 삶의 과정과 직결되어 있었다. 즉 엄마가 평생 살아온 과정과 방식이 죽어가는 과정과 방식을 결정했다.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평생 늘 해오신 말들을 했고 늘 해오신 걱정들을 했으며 늘상 눈을 주곤 했던 대상들에 눈을 주셨다. 엄마 평생의 사랑의 방식은 죽어가는 과정에도 관철되었다. 나는 이 점을 감동적으로 지켜봤다." 박희병 선생이 어머니의 마지막 1년을 옆에서 간병하며 지켜본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의 에필로그에 적혀 있다. 선생의 어머니는 말기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장애를 앓다가 돌아가셨다. 한 인간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태도가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생로병사는 생명체의 숙명이다. 그중에서도 인간은 자신이 죽을 존재임을 살아 있을 때부터 인식한다. 다른 동물은 현재만 살뿐 ..

참살이의꿈 2023.01.12

엄마의 마지막 말들

지은이의 어머니는 아흔 즈음에 말기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전전하며 생의 끝을 보내셨다. 이 책은 아들이 엄마의 마지막 1년을 지켜보며 쓴 간병 기록이다. 엄마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다. 지은이는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인 박희병 선생이다. 이 책을 통해 죽어가는 시간도 귀하고 값진 인생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선생은 어머니만 아니라 여러 병실에서 만난 환자들을 통해서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물론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가족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 그리고 적절한 의료체계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선생의 어머니는 행복하신 분인 것 같다. 아들은 직장을 휴직하면서 어머니를 지켰다. 이라는 책 제목이 말하듯 ..

읽고본느낌 2023.01.06

로망

먼 남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내 얘기일 수 있다. 아주 가까이는 아흔 살이 다가오는 양가의 어머니가 계시고, 우리에게 지금 바로 이런 일이 닥친대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영화 '로망'은 함께 치매에 걸린 70대 부부의 슬픈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같이 살던 아들 부부는 부모를 감당하지 못해서 독립해 나갔고, 집에는 부부 둘만 남았다. 동반 치매에 걸린 두 사람의 생활이 오죽하겠는가. 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이순재 씨와 정영숙 씨가 부부 역을 맡아서 애틋한 인생의 마지막을 보여준다. '로망'이 작품성 있는 영화는 아니다. 마치 한 편의 TV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집,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성이 있기 때문에 공감을 준다. 치매에서 자유로운 집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영화 제목이..

읽고본느낌 2019.05.29

똥꽃

이 책을 쓴 전희식 선생은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를 모시고 산다. 시골 빈집을 구해서 어머니의 몸 상태에 맞게 직접 수리했다. 그리고 도시 아파트에서 형과 함께 살고 있던 노모를 모시고 왔다. 귀도 멀고 똥오줌도 못 가리는 어머니가 계실 곳은 결코 도시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사시사철 두 평 남짓한 방에서만 지내면서 밥도 받아먹고 똥오줌도 방에서 해결하는 것은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편할지 몰라도 여든여섯 노쇠한 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가두는 것으로 생각했다. 선생이 생각하는 모심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우선하는 직접 돌봄이다. 치매 노인이라도 품위와 존엄을 지켜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족과도 떨어져 어머니와 둘이서 지낸다. 똥오줌을 직접 받아내고, 진지를 해 드리고, 같이 놀아주고, 그러면서 농..

읽고본느낌 2013.04.30

아흔 개의 봄

'역사학자 김기협의 시병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치매에 걸린 아흔 노모를 돌보고 있는 아들의 기록이다. 2007년 6월에 갑자기 쓰러진 선생의 모친은 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내는데, 선생은 집과 시설을 오가며 극진히 보살펴 드린다. 책에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2년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어머니의 상태를 전하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잡지에 연재되면서 책으로까지 출판하게 되었다. 선생은 4남매 중 셋째 아들로 어머니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첫째와 둘째만 편애한다고 생각했고, 어머니를 위선자라고 여기며 불화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쓰러지고 난 뒤부터 간병하는 과정을 통해 어머니와 화해하기 시작한다. 이 기록은 모자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또 ..

읽고본느낌 201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