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2

쫄딱 망하기 / 백무산

시골 인심도 예전 같지 않다고들 말하지만 그 말은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소설가 백신애가 1930년대에 쓴 글에 요즘 촌부들은 이악해서 도회지 사람들을 속여도 먹는다, 고 썼다 오랜 세월 빨아먹어도 그래도 아직 시골로 남아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시골로 살러 오는 사람들 가운데 제일 반가운 사람들은 도시에서 망하고 왔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토목공사를 벌이지 않고 땅장사를 부업으로 하지도 않는다 한 아이가 시골에 이사 와서 동네방네 졸랑졸랑 자랑을 하고 다닌다 우리 아버지 서울에서 쫄딱 망했어요 망해서 즐거운 것은 아이와 땅뿐이다 따지고 보면 우주가 쫄딱 망해서 생긴 것이 땅이다 땅의 마음을 얻었다면 그건 대체로 망한 거다 구름의 발길을 따라갔다면 그건 이미 사전에 망한 거다 생긴 대로 사는 것은 망하..

시읽는기쁨 2018.03.01

위대한 패배자

롬멜, 체 게바라, 고르바초프, 라이너 바르첼, 앨 고어, 메리 스튜어트, 루이 16세, 빌헬름 2세, 요한 슈트라우스, 하인리히 만, 렌츠, 라살, 트로츠키, 오스카 와일드, 크누트 함순, 리제 마이트너, 앨런 튜링, 게오르크 뷔히너, 이사크 바벨, 빈센트 반 고흐,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볼프 슈나이더가 쓴 에 소개된 사람들이다. 세상에 이름을 남겼으니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마지막에는 승리를 사기당하거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몰리고, 왕좌에서 쫓겨나고, 명성을 도둑질당한 사람들이다. 또, 고흐처럼 살아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역사는 승리자만 기억한다. 세상은 승리자의 논리로 돌아가고 승리자들이 역사를 쓴다. 한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번진 적도 있었다. ..

읽고본느낌 2011.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