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6

의좋은 형제

비록 사진이지만 1960년도 초반에 사용된 국민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를 봤다. 시기를 맞춰 보니 내가 썼었을 교과서여서 감회가 깊었다. 책 내용 중에 '의좋은 형제'가 있었다. 60년 전이라 가물하지만 이 이야기를 국민학생일 때 접했던 기억은 난다. 그런데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렸었다는 건 새롭게 알았다. 철부지 시절에 이 일화가 주는 의미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을까. 그 옛날의 나를 떠올리며 다시 읽어본다. 옛날 어느 시골에 형제가 의좋게 살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같은 논에 벼를 심어서 부지런히 김을 매고 거름을 주어 잘 가꾸었습니다. 벼는 무럭무럭 자라서 가을이 되자 곧 벼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형님. 벼가 잘 되었지요. 이렇게 잘 여물었어요." "참 잘 되었다. 언제 곧 베어야 할 거야." 누..

참살이의꿈 2022.03.19

효도와 우애

해외 패키지여행에서는 가족과 함께 오는 팀이 제일 많다. 주로 부부나 자매이고, 모녀 사이도 자주 눈에 띈다. 여행도 여자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다. 지난 스페인 여행에서는 남자 삼 형제가 부부끼리 함께 왔다. 여러 차례 패키지여행을 했지만 형제 부부가 함께 다니는 건 처음 보았다. 식사 시간에는 같은 식탁에 앉을 기회가 많았는데 형제와 동서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부러웠다. 50대 후반과 60대 초반의 나이들인데 마치 어릴 때 사이좋은 형제들처럼 우애가 있었다. 형제끼리 자주 여행을 다니고, 한국에서도 가까이 살며 자주 만난다고 했다. 그 비결을 배우고 싶었지만 가르쳐 준다 한들 내 능력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많은 집안에서 형제간에 갈등이 있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자랄 때 형제이지 커서..

참살이의꿈 2019.12.25

형을 그리워하며 / 박지원

우리 형의 얼굴은 누구를 닮았던가요 아버지가 그리울 때면 형을 보곤 했지요 오늘 형이 그리운데 어디 가서 볼까 하다 옷매무새 바로 하고는 시냇물에 비춰봅니다 - 연암에서 돌아가신 형을 그리워하며 / 박지원 我兄顔髮曾誰似 每憶先君看我兄 今日思兄何處見 自將巾袂映溪上 - 燕巖憶先兄 / 朴趾源 연암 박지원(1737-1805)은 뛰어난 산문을 썼지만 시는 별로 남기지 않았다. 이 시는 형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것으로 연암집(燕巖集)에 수록되어 있다. 연암은 4남매 중 막내였는데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형을 아버지처럼 여기며 살았던 것 같다. 그 형이 연암의 나이 51세 때에 세상을 떴다. 연암은 형이 죽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연암 골짜기의 물가에 앉아 이 시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때 연암은 가족과 함께 개성의..

시읽는기쁨 2010.06.25

2006 추석

올 추석은 8일 동안의 휴일이 주어졌다. 2일과 4일의 징검다리 근무일이 모두 재량휴업일로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주와 영주의 처가와 고향집을 모두 다녀올 수 있었다. 어머님을 찾아뵙고 형제 친척들을 만나는 것이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힘들어지는 것 또한 어찌할 수 없다. 긴 거리를 오랜 시간 움직여야하는 몸의 피곤보다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또 병약한 모습의 어른들을 뵙게 되는 정신적 피로함이 훨씬 더하다. 이번 길에도 처가 쪽에서는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는 큰어머님과, 본가 쪽에서는 암투병중이신 이모부님을 병원으로 찾아뵈었다. 종이처럼 얇고 창백한 모습에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특히 치매 요양원에 계신 노인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나고 병들고 죽는 것이 생명을 가진 존재의 운명이..

사진속일상 2006.10.07

농막을 고치다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님이 일하시는 밭의 오래된 농막을 고쳤다. 물론 손재주 좋은 동생들이 대부분의 일을 했다. 이 농막이 밭에 세워진 것은 아마 30 년도 더 되었을 것이다. 너무 오래 손을 보지 않아 지붕이헤어져 제 구실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형제들이 모여 같이 손을 합쳤다. 전날 밤에는 고향집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오랜만에 형제간의 우애를 나누었다. 그간 소원했던 기간도 있었는데 비록 전부 모이지는 못했지만 서로간의 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아마 그때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고 물었다면, 서로간의 따스한 정으로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어떨 때는 형제 사이가 남보다 못하기도 있지만그래도 핏줄이란 건 무시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

사진속일상 2006.04.10

물방울 삼형제

차례상에 올릴 나물을 끓이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다른 집도 사는게 다 똑 같더라." 그리고는 옆집의 누구는 형수와 틀어졌고, 또 누구네 집은 형제간의 불화가 아직껏 계속돼 서로 남보듯 한다면서 지나가는 소리처럼 하셨다. 그러나 '다른 집도'에서 '도'를 강조하시는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알기에 내 마음도 슬퍼졌다. 이번 추석에는 찾아온다던 막내를 잊지 못하시기 때문일 것이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고, 어려운 자식에 눈길이 더 가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리라. 추석날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 반짝 나온 햇빛에 고향집 토란 잎 위 물방울 세 개가 보석처럼 빛났다.

사진속일상 200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