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능 3

금강경[10]

부처님께서 수보리 장로에게 이르셨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가 저 옛날 연등부처님 회상에 머물 때 그곳에서 얻은 진리가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서 연등부처님 회상에 머무실 때 그곳에서 얻으신 진리가 없겠습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보살이 깨달음의 나라를 빛내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깨달음의 나라를 빛낸다 함은 곧 빛냄이 아니라 빛냄이라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보리여,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보살들은 이와 같이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어야 할 것이니, 보살은 마땅히 모양에도 소리에도 냄새에도 물들지 않는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보살은 마땅히 맛에도 느낌에도 마음의 대상에도 물들지 않는 마..

삶의나침반 2020.02.05

무심천 / 도종환

한세상 사는 동안 가장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욕심이라서 인연이라서 그 끈 떨쳐버릴 수 없어 괴로울 때 이 물의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시게 흐르고 흘러 물의 끝에서 문득 노을이 앞을 막아서는 저물 무렵 그토록 괴로워하던 것의 실체를 꺼내 물 한 자락에 씻어 헹구어 볼 수 있다면 이 세상 사는 동안엔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어긋나고 어긋나는 사랑의 매듭 다 풀어 물살에 주고 달맞이꽃 속에서 서서 흔들리다 돌아보시게 돌아서는 텅 빈 가슴으로 바람 한 줄기 서늘히 다가와 몸을 감거든 어찌하여 이 물이 그토록 오랜 세월 무심히 흘러오고 흘러갔는지 알게 될지니 아무것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나니 욕심을 다 버린 뒤 저녁 하늘처럼 넓어진 마음 무심이라 하나니 다 비워 고요히 깊어지는 마음을 무심이라 하..

시읽는기쁨 2018.12.20

깃발 /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깃발 / 유치환 거센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두 스님이 논쟁을 하고 있었다. 한 스님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라 했고, 다른 스님은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라 했다. 이에 육조 혜능선사가 말했다. "바람이 윰직이는 것도,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 움직인다는 말입니까?"혜능이 답했다. "두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시인이 본 깃발이나 혜능선사가 본 깃발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펄럭이는 깃발에서 마음을 읽은 것이..

시읽는기쁨 2009.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