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93]

샌. 2009. 11. 6. 08:47

옛사람은 (차별이 생기기 이전의) 혼동 중에 있었으므로

세상과 더불어 하면서도 맑고 고요한 본성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 시절은 옴앙이 조화롭고 고요하여

귀신도 소란을 피우지 않았고 사시는 절도가 있어

만물은 손상되지 않고 뭇 생명이 수명을 다했으며

사람은 비록 지혜가 있어도 그것을 사용할 곳이 없었다.

이것을 일러 지극한 하나 됨(절대평등)이라고 말한다.

 

古之人 在混芒之中

與一世而得澹漠焉

當是時也 陰陽和靜

鬼神不擾 四時得節

萬물不傷 群生不夭

人雖有知 無所用之

此之謂至一

 

- 繕性 1

 

장자가 말하는 옛날이란 인간이 자연과 분리되기 전의 하나였던 상태를 말한다. 세상을 대상으로 보는 분별심이나 인간적 지식, 지혜도 없었다. 성서에서 그리고 있는 에덴동산과 비슷하다. 선악과를 따먹고 눈이 밝아져서 추방되었다는 것은 인간이 분별과 이해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도(道), 진리로부터의 분리를 뜻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거듭남이나 장자가 말하는참본성의 회복은공통점이 있다. 주장하는 겉모습은 다르지만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다고 본다.

 

역사 이전, 문명 이전의 세계를 야만과 원시로만 볼 까닭은 없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문명의 발달을 인간 퇴화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도구는 손의 감각을, 옷은 피부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 문명의 이기에 젖어사는 현대인은 자연에 대한 원초적인 몸의 감각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이젠 날씨마저 일기예보를 통해 경험하지 않는가.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본래의 감수성의 회복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장자의 주장 역시 원형질적인 인간의 원래 모습에 주목한 것이다. 그것은 정신의 탈문명을 통해영혼의 감수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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