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일본영화 두 편을 보았다. <고백>과 <굿바이>다. 개봉한 지 몇 해 지난 거라서 안방극장에서 본 게 아쉬웠다.그러나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잔잔한 영화는 아무 방해 받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보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얼마 전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옆자리의 여자가 휴대폰으로 쉼 없이 문자를 주고받는 바람에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고백>은 일본의 중학교가 무대다. 반 아이들에 의해 담임교사의 어린 딸이 살해된다. 이 영화는 담임교사의 우아한(?) 복수를 줄기로 하는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인간 본성과 용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일본 학교의 교실 붕괴와 왕따 문제, 살인을 해도 처벌할 수 없는 미성년자보호법, 가정 문제, 아이들을 통해 표현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 죄와 용서 등 현실적이면서 무거운 논쟁거리들을 모두 화면에 담고 있다. 특히 절제되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일품이다. 촬영 기법이 여느 영화와 달리 특이하다. 일본영화의 선입견을 없앤잘 만든 영화다.
<굿바이>(원제;Departure)는 따스한 영화다. 오케스트라의 첼로 연주자였던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악단 해체로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어쩌다 장례식에서 납관 일을 하게 된 그는 인간의 죽음을 지켜보며 새로운 것을 깨닫고 배운다. 시신을 씻기며 정성스레 염하는 모습은 거룩하기까지 하다. 그 일로 인해 아내와 갈등이 생기고 친구들이 외면도 하지만, 결국은 주인공의 진심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와도 화해하고 내면의 아픈 상처가 치유된다.모두가 꺼리는 납관사라는직업을 통해 인생에서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잘 그려낸 영화다.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영화는 죽음이차가운 절망이 아니라 따스한 희망임을 말한다.화장장에서 일하는 한 사람이 말한 이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죽음은 문(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