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느 나라의 왕이 하나뿐인 딸에게 좋은 배필을 구해주길 원했다. 딸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만큼 용기와 패기 있는 청년을 구하기 위해서 왕은 방을 내걸었다.
"누구든지 0월 0일 시합에 나와 이기는 사람에게 내 딸을 주고 사위로 삼겠다!"
구름처럼 몰려든 청년들 앞에 주어진 시합의 내용은 악어가 가득찬 호수를 헤엄쳐 건너갔다 오는 것이었다. 아무도 감히 뛰어들 엄두를 못 내고 그저 물끄러미 호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한 쪽에서 첨벙하는 소리가 났다. 한 용감무쌍한 청년이 물에 뛰어 든 것이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호수 반대편을 향해 헤엄쳐 갔고 무사히 돌아왔다. 모두의 박수갈채와 환호를 한몸에 받으며 물 위로 올라온 이 청년에게 왕은 다가가 축하의 인사말을 전하려 했다. 그 때 이 청년이 대뜸 소리 질렀다.
"누가 밀었어!"
새해 벽두에 이 우스개가 생각나는 것은 아마 등 떠밀리듯 새해를 맞으며 한 살을 더 먹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우리는 이 세상에 던져졌고 시간 또한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마치 부지불식간에 떠밀려 호수에 빠져서 헤엄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불쌍하고 순진한 청년처럼 말이다. 그리고 세상이란 악어가 가득찬 호수처럼 고군분투해야 겨우 살아날 수 있는 고해(苦海)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얘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지막에 청년이 외친 말이다. "누가 밀었어!"
시작이야 어찌 되었든 미션을 완수하고 한 뒤에 누구나 갖게 되는 우쭐거림이나 자만심이 청년에게는 없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청년의 겸손하고 순수한 마음씨 때문에 이 얘기가 내 머리에 아직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 역시 나에게 어찌할 수 없이 주어진 인생을 청년의 마음처럼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떠밀려 악어가 가득한 호수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 1등을 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겸손과 온유함, 무욕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년이 무사히 호수를 건너갔다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청년의 그런 순수한 마음 때문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아마 공주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품은 야심적인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과욕 때문에 너무 무리를 해서 악어밥이 되었을 가능성이 컸지 않았을까.
악어 호수의 비유는 세상이 그렇게 약육강식의 정글이라는 뜻보다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항시 긴장하며 백척간두의 심정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이 세상에 나와 존재하지만, 그리고 세상살이가 험하고 고달프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아가야만 할 가치와 의미가 충분하다고 느낀다. 그리고나는 이 세상을 "누가 밀었어!"라고 바보 같이 외친 청년의 순진무구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각자의 삶에 목표 지점에 있다면, 그리고 거기에 닿을 수 있는 길은 바보 같이 보이는 그런 순진무구함이라고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