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잔치 뒤의 씁쓸함

샌. 2007. 12. 20. 11:49

대선 잔치판이 끝났다.오후 여섯 시, 투표가 끝난 뒤 예측 발표를 듣고는 기분이 우울해져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 와중에도 잠이 오는 것이 신기했다. 대통령 자리는 하늘이 점지해줘야 하는가 보다. 정권교체와 경제가 화두인 시대에서 이명박 같은 사람이 당선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야속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민심이 천심이라지만 나로서는 거의 절반에 이르는 득표로 그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이 도시 이해되지가 않는다. 이번 선거판에서 최대의 화두는 경제였고, 이 문제 앞에서 모든 이슈는 묻혀 버렸다. "잘 살게만 해 주면 됐지, 다른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아침에 출근하면서 버스의 라디오로 들린이 한 마디가 나를 더욱 섬찟하게 한다. 우리의 가치관이 언제 이렇게 형이하학적으로 변해 버렸는가. 적어도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마당이라면 형이상학적인 국가의 꿈과 비전이 제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이상이담론으로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후보자들은 하나 같이 경제만을 말하고 먹고 사는 것만을 말했다. 역겨울 정도로 말이다. 이것이 후보자들 탓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들이 그것을 원하니 표를 구걸하는 그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다른 무엇보다경제 전문가인 듯 한 사람을 지도자로 뽑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국가의 부가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가 부자가 되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당선자의 가치관대로라면앞으로 생존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상대적 박탈감 또한 마찬가지일것이다. 물론 부자들이나 기득권층은 더욱 부자가 되고 특혜를 누릴 기회를 자주 잡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을 욕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런 악의 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런 사실들이 나로서는 슬프고도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지지한 후보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의 감격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러나 사회 변화에 대한 갈망은 실망으로 변하고깊은 좌절만을 남겼다. 잔뜩 기대했었던 노 대통령이 실망을 안겨주었듯, 내가 원하지 않았던 신임 대통령은 의외로 멋진 정치를 펼칠 지도 모른다. 이제 기대하는 것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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