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엉뚱한 상상

샌. 2007. 12. 16. 12:29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외진 곳에 숨어들고 싶다.

한 네닷새 그곳에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따스한 사람과 한 쌍의 짐승이 되어 빈둥거리고 싶다.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서 작은 이불 펴놓고, 졸리면 잠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가져간 몇 권의 책이나 넘기며 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모습으로 지내보고 싶다.

바닷가 쓸쓸한 곳에 그런 집 한 채 없을까.

낮이면 주인 내외는 바다로 고기잡이 나가고 텅 빈 집, 우리 둘이 남아원껏 게으름의 사치를 부릴 수 있는그런 방 한 칸 어디 없을까.

그 작은 왕국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할 일 없이, 눈과 귀만 열어놓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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