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연리지 이야기

샌. 2007. 11. 16. 14:05

숲속의 나무들은 좁은 공간을 나눠 갖고 살아간다. 자연히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서로의 몸이 맞닿게 마련이다. 이렇게 맞닿은 채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함께 협조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아예 몸을 합쳐 한 나무가 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것이다. 이렇듯 맞닿은 두 나무의 세포가 서로 합쳐져 하나가 되는 것이 연리(連理)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이다. 연리목은 흔히 나무를 심을 때 너무 가까이 심은 탓에 세월이 지남에 따라 지름이 굵어진 줄기가 맞닿아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나 연리지는 매우 드물게 생긴다. 가지가 계속 맞닿아 있을 기회가 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리지는 매우 희귀하다.


두 몸이 한 몸이 된다 하여 연리지나 연리목은 남녀간의 사랑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에 이런 구절이 있다.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깊은 밤 두 사람은 은밀한 약속을 하는데

우리가 하늘에서 만나면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이승에서 다시 만나면 연리지(連理枝)가 되세...'


비익조는 눈도 날개도 한쪽만 있는 새다. 암수가 합치지 않으면 날 수 없는 신화 속의 새다. 연리지도 그런 의미에서는 마찬가지다. 이후 수많은 중국인들의 사랑 이야기에 연리지는 단골로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리지에 기록이 역사서에 자주 보이고, 시가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연리목은 많이 있지만, 연리지는 세 나무밖에 없다.

 



2001년에 발견된 청도군 운문면 지촌리의 소나무 연리지다. 나이 40-50년으로 추정되는 이 연리지는 땅 위 약 2.6m 높이에서 가지 하나가 뻗어내려와 아래쪽에 있는 나무를 꼭 잡고 있다.

 



2003년에 발견된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의 소나무 연리지다. 나이가 120-130년 정도 되었으며, 지름은 한 아름이나 된다. 땅 위 5.5m 높이에서 굵은 가지가 나와 서로 이어져 있다.

 



충남 보령시 외연도에 있는 동백나무 연리지다. 천연기념물 136호인 상록수림 안에 있는데, 나이는 100-120년 정도로 보이는 나무다.


연리는 인공적으로도 만들 수 있는데, 같은 종류의 나무여야 한다. 대체로 접붙이가 가능하면 연리가 될 수 있다. 연리지를 만들려면 같은 종류의 나무 두 그루를 한 걸음 정도 떨어지게 심고 가지 둘을 골라 껍질을 긁어내고 탄력 있는 비닐 끈으로 묶어두고 느긋하게 몇 년 기다리면 된다. 처음부터 연리목을 만들려면 심을 때 아예 줄기를 꽁꽁 묶어 심어도 된다.


<자료 인용>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박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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