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20 : 15

샌. 2006. 4. 24. 16:15

출근할 때 지하철 역 앞에서 무료 신문을 나누어 준다. 지하철을 타는 20여 분의 시간에 읽기에 적당하여 주로 뉴스를 다루는 신문을 들고 가 지하철 안에서 읽는다.

며칠 전에는 영국 발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영국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남자들은 평균 20 분에 한 번씩 섹스를 떠올리고, 여자들은 15 분에 한 번꼴로 자신의 몸매와 사이즈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빈도가 너무 잦지 않은가 하고 의심이 들기도 하였지만, 이 조사는 우리가 얼마나 생물적인 본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들 머리 속이 쓰레기로 가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드는 것이다.


남자의 성적 욕구는 자신의 유전자를 가능하면 많이 퍼뜨리려는 유전자의 명령에 다름 아니고, 여자의 외모에 대한 집착 또한 우수한 유전자를 자신이 먼저 획득하려는 유전자의 지시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른 동물들과 다르지 않다. 동물은 단순한 데 비해 인간은 뭔가로 교묘히 포장하기 때문에 복잡하다는 차이밖에 없다.


특히 남자의 성적 욕구는 다른 어떤 욕망보다도 강렬하다.

언젠가 들은 80 노스님의 고백에 의하면 본인이 다른 욕망은 어느 정도 절제하고 자제할 수 있게 되었으나 늙어서까지 견디기 힘든 것은 성적 욕망이었다고 했다. 참으로 인간적인 고백이 아닐 수 없다. 도를 통한다는 것과 성적 욕망의 극복이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만해 한용운님은 수도자가 성적 번뇌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가정을 가지는 게 낫다고 했고, 대처승 제도를 지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자의 외모에 대한, 좋게 말하면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위의 조사 결과로는 남자의 성적 욕구보다 도리어 더 강하게 나와 있다.

모르는 남녀가 처음 만나 사귀게 되면 겉으로는 어떻게 포장될지 몰라도 본심으로는 남자가 제일 관심을 가지는 것은 섹스, 여자의 관심은 상대방의 씨가 좋고 강한 것인지 저울질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남자의 타고난 바람기는 쉬이 진정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와 같이 남녀 행동의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성적인 색깔이 깔려 있지만 남성과 여성이 관심을 두는 방향은 크게 다르다. 남녀의 뇌 회로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여자와 남자는 금성인과 화성인처럼 다르다. 전혀 다른 조건의 행성에서 태어난 상대방의 논리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금성인과 화성인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자주 폭풍우가 밀려오는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아옹다옹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배우게 되지만 서로를 진실로 이해하게 되는 것은 백년해로할지라도 어려울지도 모른다.


남자가 나이가 들면서 그의 성적 능력과는 관계없이 성적인 상상력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대개 젊은이들은 그런 면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런 것이 에너지 낭비인 것 같으면서도 어떤 점에서는 인생을 생기 있게 하는 조물주의 배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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