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아일랜드

샌. 2006. 2. 18. 12:22

비디오로 영화 '아일랜드'를 보았다.

가까운 미래의 인간복제를 다룬 SF 영화지만 지금의실제 상황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소재여서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황우석 사태로 민감해진 상황이라 더욱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구상에 일어난 생태적인 재앙으로 인해 일부만이 살아남은 21세기 초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고 있는 링컨과 조던은 수백 명의 주민들과 함께 부족한 것이 없는 유토피아에서 빈틈없는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환경 속에서 사는 이들은 모두 지구에서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이 되어 뽑혀 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매일 같이 똑 같은 악몽에 시달리던 링컨은 제한되고 규격화된 이곳 생활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것들이 거짓임을 알게 된다. 자기를 포함한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스폰서(인간)에게 장기와 신체부위를 제공할 복제인간(클론)이라는 것이다. 아일랜드로 뽑혀 간다는 것은 신체부위를 제공하기 위해 무참히 죽음을 당하는 것을 의미했다.

링컨은 조던을 데리고 탈주를 감행하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링컨은 자신과 똑 같은스폰서를 만난다.이 사람은 질병이나 사고에 대비해 자신의 클론을 주문해 두었던 것이다. 링컨은 세계에 이 비밀을 폭로해주길 바라지만 스폰서의 배반으로 탄로가 나자 한 추적자의 도움으로 스폰서를 살해하고 다시 센터로 들어가 수용되어 있던 복제인간들을 구출해 낸다.

영화에서는 2014년에 메릭 바이오테크사에서 인간 복제에 성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부의 비밀 지원을 받으며 이 회사는 부자와 유명인들을 상대로 클론을 만들어 비밀 장소에 대기시켜 놓는다.

클론들은 정상적인 인간이지만 그곳에서는 제품으로 불리며 자신들이 선택받은 사람들이고 안전한 시설로 옮겨와 행복의 땅 아일랜드로 가길희망하는 것을 믿도록 세뇌되어 있다. 그리고 문제를 단순화하기 위해 섹스능력이나 지적 수준에서 고도로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구체적인 장기가 아니라 복제 인간이 필요한 것은 장기 이식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를 보며 생명공학이 발달한 끔찍한 미래의 모습에 전율하게 되는데, 요사이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공장기를 만들고 질병을 치유하려는 것과 사실 대동소이한 것이다. 복제인간이 탄생하는 공장의 소름 끼치는 광경은 복제장기로 대체되어도 마찬가지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바로 지금 현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많이 가지고 오래 살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이 만드는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저런 세상으로 변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절망감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불완전한 인간의 손에 맡겨진 과학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에서도 돈과 명예에 미친 한 천재 생물학자에 의해 이런 비극이 만들어지는데,그것 역시 이 사회가 낳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그런 과학자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단지 시간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거대한 음모가 드러나고 파멸을 맞이하는 것은 링컨이라는 의문을 가진 이단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순응하고 체제에 길들여져 오직 환상의 나라 아일랜드를 꿈꾸지만, 링컨은 희의를 갖고 비밀을 파헤치려고 한다.

과학이 복제 인간의 두뇌를 조작하고 프로그래밍 해서 통제하려 하지만, 그래도 인간의 호기심만은 어쩔 수 없었다고 독백하는장면에서 어떤 희망의 싹을 발견할 수 있다. 먹구름처럼 몰려오는 거대한 어두운 기운에인간은 결코 나약하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앞으로 인간 복제의 시대가 열리고, 그래서 내 질병을 고치기 위해 나의 클론의 장기를 떼어와서 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할 때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때에 깨끗하게 자연사의 길을 택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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