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샌. 2006. 2. 7. 07:53

며칠 전 KBS의 ‘TV 동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어느 날 왕이 보석 세공인을 불러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다시 내게 기운을 북돋워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는 명령을 내렸다. 보석 세공인은 멋진 반지를 만들었으나 왕의 명령에 합당한 글귀가 아무리 해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웃 마을의 현인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현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반지에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고 새겨 넣으시오. 왕이 승리감에 도취해 자만할 때, 또는 패배해서 낙담할 때 그 글귀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이오.”


그렇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모든 것은 한 순간일 뿐입니다. 터질 듯한 기쁨이나 영광의 순간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이나 치욕의 순간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지금 웃는 사람은 내일 눈물을 흘릴 것이고, 지금 우는 사람은 내일은 웃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느 한 순간에 집착하지 않고 넓게 보게 된다면,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알게 된다면, 결코 교만해지지도 깊은 절망에 빠지지도 않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한 순간일 뿐이라는 경구는 특히 슬픔과 고통의 때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사건들은 차치하고, 우리의 삶 전체가 짧은 순간에 반짝였다 사라지는 작은 섬광일 뿐입니다. 아니 이 지구 전체 생명계도 우주적 시각에서 보면 한 순간의 반짝임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저 대우주의 무한공간과 무한시간을 그려보노라면 마음은 경외감으로 가득해집니다. 그것은 일상의 무의미성 너머에 있는 그 어떤 의미입니다. 그때 또한 조금은 일상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시간입니다.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옛날 어느 왕의 반지에 새겨졌다는 이 글귀를 오늘은 제 마음에도 새겨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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