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사랑의 유효기간 3년

샌. 2006. 2. 20. 14:19

사랑의 유효기간은 생리적으로 볼 때 길어야 3년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에 대해서호감과 애정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3년이 되면 거의 사라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사랑에 빠진 애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 호르몬이 펑펑 솟아났는데시간이 지나고 항체가 생기면서 사랑의 화학물질이 끊어져 더 이상 시각적인 또는 후각적인 자극으로는 가슴 뛰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작심3일이라는 말도 있듯 이 3이라는 숫자에는 인간 마음의 변화를 나타내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의 작은 일들도 3일이 지나면 대개 시들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새해의 굳었던 결심도 사흘이 지나면 도루아미타불이 되고, 살면서 만나게 되는 기쁜 일, 슬픈 일도 사흘이 지나면 어느 정도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큰 일이라면 적응하고 맞추는데 석 달 정도면 될 것입니다. 석 달 동안 지속되었으면 계속적인 추진력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반면에 온 몸과 마음을 쏟는 큰 일이라면 3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그래서 사랑의 유효기간 3년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이 3년의 법칙은 거의 모든 대상에 성립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에 좋아하고 빠졌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대개 비슷한 호르몬의 작용이라고 볼 때 그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입니다. 사랑이든, 이념이든, 믿음이든, 또는 특정한 장소든 3년이 지나면 처음의 흥분이 가라앉게 되고 냉정해져서 대상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어쩌면 좀더 객관적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부도 나중에는 정으로 산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뜨거웠던 첫마음은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뒤부터는 첫 3년과는 달라진 관계로 변하게 됩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성숙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터에서 이 3년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새로움이 줄어드니 거기서 얻는 기쁨은 감소하는데, 반대로 신경 쓰고 걱정해야 할 일거리는 점점 더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저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할 뿐입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야 할 텐데 도리어 실망과 좌절만 커지고있습니다.

 

방법 중 하나는애인을 바꾸는 것, 다른 하나는 평범함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며 버텨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둘 다 사실 만만치가 않습니다. 완전 철수는 제일 마음이 개운할 듯 하지만 제가 선택하고 올인한 일에서 난관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 같아 우선 자존심이 잘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버텨보는 것 또한 저에게는 너무 큰 짐입니다.

 

돌아보면 일을 시도하고 나서 제 뜻대로 진행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인생이 제 뜻대로 되어나가길 어찌 바라겠습니까만은 그래도 이번 경우는 뜻하지 않은 나쁜 상황들이 너무 많이 겹쳐 일어났습니다. 어쩌면 이만큼 지내온 것이 대견할 정도입니다. 이만큼 버틴 것도 칭찬받을 만 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많지만 배운 것 또한 많았다고 자위를 합니다.

 

하여튼 지금은 그런 상황과 더불어 사랑의 유효기간 3년이 겹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처럼 어려운상황이더라도 열정으로 끓어오르던 초창기였다면 쉽게 이겨나갈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힘에 많이 부칩니다.

솔직히 사랑의 유효기간 3년에 무너지기는 싫습니다.

 

제가 믿었고 평생을 걸었던 신념, 그리고 무모하고 용기있었던 선택에 백기를 든다는 것은 더욱 싫습니다. 그래서 평범하고 쓴 일상 가운데서 작은 새로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소중히 가꾸며 살고 싶은 것이 지금의 바람입니다. 그럴 힘을 주시기를 신에게 기도합니다.제 마음이 욕심에 이끌리기보다는 진실과 사랑 쪽으로 기울기를, 그래서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든제 선택의 기준도 거기서 나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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