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작은 풀꽃

샌. 2005. 4. 19. 18:03


 

교정에 있는 나무 중에서는 가장 먼저 산수유와 목련이 꽃을 피웠다. 매화나무도 한 그루 있지만 이곳 기후에 적응을 못해선지 꽃을 제대로 피워내지 못한다. 목련도 자라는 위치에 따라 피는 순서가 다르다. 양지 쪽에 있는 것은 벌써 꽃이 떨어졌는데 음지 쪽에서 자라는 것은 이제야 꽃잎을 열었다.

 

지금은 진달래, 개나리가 한창이다. 그 사이에서 하얀 앵두나무 꽃도 화사하고 명자나무도 바알간 색깔로 물들고 있다. 살구나무는 이미 꽃이 졌다. 한창일 때는 살구꽃이 너무나 아름다웠다.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얗게 피어난 살구꽃은 모든 사람들의 눈을 홀리게 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풀꽃들이다. 늘 손질을 하는 탓에 꽃이 자라날 여건이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무 밑에는 제비꽃, 민들레, 냉이, 꽃다지들이 자기만의 멋을 뽐내고 있다. 지나다 눈길이 마주치면 고 예쁜 것들이 수줍은 듯 부끄러운 미소로 눈웃음 짓는다.

 

특히 길가에는 보라색 제비꽃이 많이 피어 있다. 가장 흔하게 만나는 풀꽃이지만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고 정겹기만 하다. 꽃에 무슨 차별이 있을 것인가. 그래도 사람에 따라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 정도의 선호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옛 사람 누구 같이 꽃을 등급으로 나누고 품평하는 것은 싫지만, 그래도 나는 자신의 온 존재를 드러내며 시선을 독차지하려는 듯한 나무꽃 보다는 보일 듯 말 듯 숨어서 부끄러운 듯 피어나는 작은 풀꽃에 더 정감이 간다.

 

그들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행복은 작은 것 속에 숨어 있다고......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신 햇빛 아래 소리없이 핀

작디 작은 풀꽃들

녹두알만 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노향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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