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세종로를 따라 걷다.
세상은 불경기로 아우성인데 여기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가로수마다 전구로 장식되어 불꽃나무로 변했고, 마침 ‘루미나리에’(빛의 축제) 행사도 열려 눈을 어지럽게 한다.
사람들은 주광성 생물이라도 되는 양 밝은 빛 아래로 모여들어 즐기고 있다.
잠시일지라도 세상 시름 잊어버릴 만하다.
그러나 빛의 축제장 옆에서는 기아 어린이들을 위한 모금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건만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한다.
또 한 쪽에서는 보안법 폐지 촉구를 위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그 옆으로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 시끄럽고, 분주하고, 그리고 화려한 조명으로 번쩍이는 2004년 겨울, 서울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