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작은 텃밭이 있다.
읍내에서 사오거나 또는 이웃에서 준 모종이나 씨를 심은 것인데 조금씩 심다보니 숫자는 많지 않지만 종류는 꽤 된다.
가지, 오이, 고추, 상추, 토마토, 방울토마토, 옥수수, 호박, 머위, 딸기, 쑥갓, 더덕, 열무, 들깨, 미나리 등등....
그런데 텃밭 가꾸기는 아내의 몫이다.
서로가 할 일을 일부러 나눈 것은 아니고, 나는 주로 집 주변 정리 같은 힘쓰는 일을 맡다보니 작물 재배에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관심도 멀어지고 밭에 무엇이 열렸다고 감탄하며 외치는 아내의 소리를 듣고서야 쳐다보게 된다.
아내는 심고 가꾸고, 그래서 채소가 쑥쑥 자라나 열매가 맺히고 하는 걸 신기하다며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 부지런함 덕분에 터에 내려가면 싱싱한 채소를 맛나게 먹는다. 지난 주말에는 동생들이 찾아왔었는데 비록 작기는 하지만 호박을 따주기도 했다.
지금 오이 줄기는 사람 키 정도로 뻗고 있다. 오이도 몇 개가 귀엽게 달려있다.
모퉁이에 길이가 2 m 되는 철근을 박아주었더니 아내와 아이가 매달려 오이 넝쿨이 감고 올라가도록 흰 비닐 끈을 그물처럼 층층이 엮어 놓았다.
둘이서 하는 일이 얼마나 진지하던지 무슨 미술 작품을 만드느냐고 놀려 주었다. 실은 내 눈에는 곧 무너져내릴 듯 불안하기만 하다.
아마도 이웃 사람들이 지나가다 본다면 또 한번 웃을지 모른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너무나 서툴고 어설퍼서 시골 마을 사람들의 즐거운 구경거리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