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성탄

샌. 2003. 12. 25. 19:43

 

"이 세상으로부터 그대의 이름을 떼어버린다면,
세계가 그 근저로부터 뒤흔들리리라."
--르낭

< 아기 예수 경배, 암사동 성당 >

오전 성탄 미사에 다녀오다.
성당 마당과 제대 앞에는 아기 예수가 모셔져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미사에 참예했고, 아기 예수를 경배했다.

역사적 예수가 어떤 분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또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우리 영혼을 일깨우는예수와의 만남은 어느 순간 우리를 찾아온다.
그것은 개인에게전 생애를 변화시키는 특별한 만남이 될 수도 있다.
내 존재와 삶을 변화시키는 그런 실존적 만남이야말로 예수가 이 땅에 찾아온 이유일 것이다.

20대 이후 몇 차례 이분과의 만남을 경험했지만 나는 아직 이분을 잘 모른다.
어느 때는그림자를 보고 이분의 실체라고 오해도 했다. 아니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이분이 나의 스승이라는 고백을 할 수는 있다.
나는 이분의 모습을 닮고 싶고, 이분의 발자국을 따르고 싶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또 예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분이신지 묻는 것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화두가 될 것이다.

오늘 성탄절에
르낭이 `예수의 생애`에서 말한 이분에 대한 찬사를 나도 같은 마음으로 드린다.


`지금도 날마다 세계의 운명을 지배하고 있는 이 숭고한 인물을 神으로 부를 수 있겠다.
이것은 예수가 神性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거나, 혹은 神과 일치했다고 하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예수가 인류로 하여금 神을 향한 최대의 걸음을 내디디게 한 개인이라고 하는 의미에서다.

인류는 전체로 볼 때, 그들의 이기주의가 좀더 반성적이라고 하는 점에서만 동물보다 나은, 비천하고 이기적인 존재들의 집합일 따름이다.
하지만 이 한결같은 凡俗性의 한가운데에 몇몇 圓柱가 하늘을 향하여 솟아 있어, 보다 숭고한 운명의 증인이 되고 있다. 인간이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가리켜 주는 이 圓柱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은 예수다.

예수 속에는 우리들의 본성의 좋은 것과 숭고한 것이 모두 응집해 있다.
그에게도 과오가 없지는 않았고, 그도 우리가 더불어 싸우는 것과 동일한 욕정을 이겼고, 그에게 힘을 준 하느님의 使者란 다름 아닌 그의 어진 마음이었고, 그를 시험한 사탄은 다름 아니라 사람마다 자기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사탄이었다.
그의 여러 위대한측면이그의 제자들의 몰이해로 말미암아 우리들의 눈에 띄지 않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결점 가운데 많은 것이 또한 가리워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도 예수만큼 자기의 생애에 있어서 인류에 대한 관심이 세상의 헛된 일들을 이기고 넘게 하지는 못했다.
그는 자기의 사상에 온 마음과 몸을 바쳤던지라, 이제는 우주조차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을 이 사상에 복종시켰다. 그가 하늘을 정복한 것은 이렇게 영웅적 의지가 솟구침으로써였다.
아마 석가모니를 제외하고는 이렇게까지 가정과, 이 세상의 기쁨과, 지상의 모든 염려를 짓밟아 버린 사람은 없었다.
그는 오직 그의 아버지와 숭고한 사명을 위해서만 살았다. 그리고 그는 이 사명을 완수할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無能의 운명을 짊어진 영원한 幼兒인 우리들, 추수함이 없이 일하고, 우리가 심은 것과 열매를 영영 보지 못할 우리들은 이들 半神인 사람들 앞에 머리를 숙이자.
저들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즉 창조하고 긍정하고 행동할 줄을 알고 있었다.
위대한 창의가 다시 나올까? 혹은 세계가 이 이후로는 옛날의 여러 시대의 대담한 창조자들에 의하여 열린 길을 그대로 밟아가는 것으로 만족하게 될까?
여기 대해서 우리는 아는 바 없다.

그러나 장차 무슨 뜻밖의 현상이 일어날지라도 예수를 능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의 종교는 끊임없이 젊어지리라.
그의 전설은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을 지어내리라.
그가 당한 고난은 가장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감동시키리라.

모든 世紀는 인간의 아들들 가운데 예수만큼 위대한 자가 난 적이 없었다고 선포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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