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쓸쓸해서 아름다운 계절

샌. 2003. 10. 26. 21:10

터에 다녀오는 길에 영릉에 들리다.
쓸쓸해서 도리어 아름다운 계절.....
가을은 쓸쓸함과 아름다움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는 계절이다.
오늘은 눈물이 날 정도로 햇살이 눈부시다.

낙엽 지는 나무 아래서 어린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푸르다.

옆의 한 아주머니 왈
"불경기라더니 그렇지도 않네."
그만큼 나들이 인파가 경내에 가득하다.

아무리 사는게 폭폭할지라도 이런 여유마저 없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그런데
연못의 잉어는 전혀 딴 세상이다.
관람객들이 한 봉지에 천원씩 사서 던져주는 먹이가 계속 하늘에서 떨어진다.
"와, 쟤들은 배 터져서 죽겠다."
그냥 이리저리 지느러미만 움직이면 된다. 먹이를 구하기 수월해서인가, 쉼없이 먹어대기만 한다.
그래서 길이가 3m나 되는 놈도 있다고 한다.

누군가 비아냥거렸지. 배부른 돼지.....

장자(莊子)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澤雉十步一啄 百步一飮 不기畜乎樊中
못가의 꿩은 열 걸음 걸어서 한 입 쪼아먹고, 백 걸음 걸어야만 물 한 모금 마신다.
그럼에도 꿩은 새장 속에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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