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자유 / 김남주

샌. 2003. 9. 29. 17:04

자유 (김남주)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이 시를 읽으면 두렵다.
`위선자`라는 벼락 소리가 내 정수리 위로 쏟아질 것 같다.
인간은 철저히 이기적이다. 물론 나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난한 이웃, 고통받은 생명을 외면하고서도 나는 세상에 길들여져 적당히 잘 살 줄 안다.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자선을 베풀며 선량해 보이는 신앙인으로 살 줄도 안다.
빠삐용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빠삐용의 꿈이었던가, 저승사자 앞에 선 빠삐용이 무죄를 주장하자 내려진 언도는 이러했다. "너는 세상에서 시간을 낭비한 죄다."
만약에 내가 저승에 가서 심판받는다면 어디 잘못 산 것이야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 중에서 제일 무서운 죄 한 가지가 있다.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무거운 죄가 있다.

"이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의 졸도들을 가두려고 준비한 영원한 불 속에 들어가라. 너희는 내가 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목 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지 않았고, 헐벗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으며, 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 그들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주님, 주님께서 언제 굶주리고 목마르셨으며, 언제 나그네 되시고 헐벗으셨으며, 또 언제 병드시고 감옥에 갇히셨기에 저희가 모른 체하고 돌보아 드리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그러면 임금은 "똑똑히 들어라. 여기 있는 형제들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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