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年罕人事 어려서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遊好在六經 육경을 읽으며 친구를 삼았더니
行行向不惑 세월 흘러 나이 사십 바라보니
淹留遂無成 내가 이룬 일이 없구나
竟抱固窮節 비굴하지 않은 굳은 절개만을 품은 채
飢寒飽所更 추위와 굶주림만 지겹도록 겪었구나
弊廬交悲風 초라한 오두막엔 차가운 바람만 드나들고
荒草沒前庭 잡초는 집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었구나
披褐守長夜 낡은 옷 걸치고 지새우는 긴긴 밤
晨鷄不肯鳴 닭마저 새벽을 알리지 않는다
孟公不在玆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終以예吾情 끝내 내 가슴이 답답하구나
도연명 스스로가 선택한 가난과 빈한이었지만 그의 전원 생활은 고달픈 나날이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낭만적 가난이 가능할까?
`安貧`도 역시 가능할까?
먹을 양식도 떨어지고, 입을 옷조차 헤어져 찬 바람이 몸을 파고드는데도 정신적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것이 가능할까?
그는 부인과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었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홀몸의 수행자들과는 또 다른 처지였을 것이다.
그의 시에서는 이런 고통과 슬픔과 외로움이 짙게 배어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더욱 인간적이고, 담백한 문체는 고난을 통해 승화된 높은 정신 세계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사랑방의 따뜻한 아랫묵에 앉아서 음풍농월하는 유약한 선비가 아니라 인생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용기있는 인간이었음에 그를 좋아한다.
이 시에 보이는 `固窮節`이라는 말은 가난을 친구로 삼고, 이상을 애써 지켜 나가는 그의 고집과 지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자를 먹으며 / 이오덕 (2) | 2003.10.08 |
---|---|
자유 / 김남주 (0) | 2003.09.29 |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 노천명 (0) | 2003.09.21 |
길 / 정희성 (0) | 2003.09.15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2) | 2003.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