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32]

샌. 2013. 5. 23. 19:35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다투지 않는다. 다툼이 있다면 활쏘기 정도지. 서로 절하면서 당상에 오르고, 지면 술을 마시니, 군자의 싸움이지!"

 

子曰 君子無所爭 必也射乎 揖讓而升 下而飮 其爭也 君子

 

- 八佾 5

 

 

공자가 말한 '군자무소쟁'(君子無所爭)을 실제 삶과 어떻게 연결할지 <논어>를 삶의 지침서로 삼는 사람에게는 고민으로 다가올 것이다. 경쟁 없이 현대 사회를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다투지 않고 모든 걸 양보하면서 살 수 있을까? 적당히 처신하는 어떤 비결이라고 있는 걸까?

 

군자에게 다툼이 있다면 활쏘기 정도라고 공자는 말한다. 그것도 서로 예를 갖춰 절하면서 당상에 오르고, 승패가 가려지면 내려와서는 진 사람이 벌주를 마신다. 이기고 진 데 따른 감정의 찌꺼기란 없다. 군자의 싸움이란 그 정도라야 한다. 끝까지 예(禮)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럴진대 이(利)를 놓고 서로 다투는 일이란 상상할 수 없다.

 

노자가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을 때 스스로 낮은 곳에 처하는 물의 특징을 지적한 것이다. 노자가 최고로 강조한 덕목 역시 '다투지 않음'[不爭]이다. 노자는 자신에게 세 가지 보물이 있다고 하면서, 그 중 하나로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을 들었다. 마찬가지 말이다. 서로 앞서겠다고 하면 싸움은 불가피하다. 근대에 들어서는 간디의 비폭력 저항에도 '다투지 않음' 정신이 나타나고 있다. 간디는 '군자는 다투지 않는다'[君子無所爭]을 국가 차원에서 실험했다.

 

그런데 '무소쟁'(無所爭)이 되려면 개인의 마음이 비워져야 하고, 나라의 마음이 비워져야 한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욕망의 도가니가 된 현대 사회에서 '군자는 다투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씀이 얼마나 받아들여질까? 예수의 산상수훈만큼이나 하늘 높은 데 있는 도덕 원리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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