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고향에 다녀오다(5/9~12)

샌. 2025. 5. 13. 10:30

지난달에 이어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다 왔다. "요사이는 자주 내려오네"라며 옆집 친구가 반겼다.

 

내려가는 날은 출발할 때부터 비가 내리더니 고향이 가까워지니 거센 비바람으로 변했다. 고속도로를 버리고 일부러 죽령 옛길을 탔는데 도로 위는 떨어진 나뭇잎과 잔가지로 어수선했다. 한 곳에서는 나무가 넘어져 도로를 가로막아 갓길로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수십 년간 다닌 길이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바람을 동반한 비는 이틀 내내 내렸다. 

 

 

고사리를 뜯으러 뒷밭에 갔다가 졸지에 잡초 제거 작업을 하게 되었다. 손을 안 본 밭은 망초가 무성했는데 비가 오고 난 뒤라 손쉽게 뽑히는 것이었다. 그 재미에 둘이서 한 마지기 밭을 정리했다. 세 시간 정도 걸렸는데 안 하던 노동이어선지 온몸이 뻐근했다. 

 

 

농사에 진심인 어머니는 다른 무엇보다 농사에 관심을 가져주고 도와주는 걸 제일 좋아하신다. 밭에 나와 있으면 시간도 잘 가고 이런저런 잡생각이 안 나서 좋다고 하신다. 평생을 보낸 터인데 당신에게 제일 편한 곳이 어디인지는 불문가지다.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것, 아직 너무나 거리가 멀다. 어찌 됐든 아흔다섯의 노익장에 감사한다.

 

효(孝)란 무엇일까? 자식의 입장이나 시선이 아니라 부모의 처지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이게 간단한 것 같지만 쉽지가 않다. 잘못하다가는 자식의 생색내기로 주객이 전도될 수도 있다. 

 

 

어머니는 지난주에 동네 사람들과 시내 영화관에서 '승부'를 보고 왔다고 한다. 나는 아직 보지 못한 최신 영화다. "바둑 두면서 막 싸우던데 재미있더라." "어머니가 아들보다 훨씬 낫네요."

 

비슷한 나잇대의 이웃분은 농사일은 커녕 바깥출입도 어렵다. "방에 누워 있으나 한 데(땅속을 의미) 누워 있으나 똑같다"라며 한탄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도 이만한 나이가 되고 보니 어떻게 늙어가고 어떻게 죽을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아무리 신경쓴들 내 뜻과는 상관없이 전개될 앞날인 걸 어찌하겠는가.

 

아침에 눈을 떠서 어머니의 빈 자리를 오래 바라봤다.

 

 

 

어머니 옆에서 사흘 밤을 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충주 악어봉에 올랐다.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멋졌다. 

 

 

악어봉 오르기는 카페 '게으른 악어'에서 시작한다. 카페 옥상에는 등꽃이 만발했다. 

 

 

카페에서 보면 월악산 영봉이 누워 있는 사람 얼굴 모습으로 보인다. 

 

 

내려갈 때는 궂은 날씨였는데 올라올 때는 활짝 갠 봄날씨가 되었다. 날씨처럼 인생도 궂은날과 맑은 날이 반복되어 나타나지 않는가. 어느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있으랴. 평정심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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