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알파고

샌. 2016. 2. 4. 11:33

지난주에 깜짝 놀랄 만한 뉴스가 있었다. 구글에서 개발한 바둑 대국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 Go)가 유럽 챔피언인 중국인 프로기사 2단을 5:0으로 이겼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이세돌 9단과 대결한다. 컴퓨터가 이렇게 빨리 인간의 능력에 도전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나온 바둑 프로그램은 아마 3, 4단 수준 정도다. 어느 정도 바둑을 두는 사람은 컴퓨터와 게임을 하는 게 싱겁다. 그런데 알파고는 몇 단계를 뛰어넘어 프로의 수준까지 올라갔다. 방법은 잘 모르지만 자기 스스로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까지 갖추었다면 앞으로 인공지능의 능력은 어떻게 발전할지 상상하기 어렵다.

 

체스에서는 오래전에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다. 그러나 바둑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우선 수읽기가 체스와는 비교가 안 된다. 형세 판단이라든가 변칙수 같은 것은 컴퓨터가 흉내내기 힘들다. 수천만 국의 기보가 입력되었다고 하지만 데이터를 완벽하게 갖출 수는 없다. 결국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컴퓨터가 인간 두뇌의 추상적 사고를 따라잡기가 요원할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했다.

 

중국 프로기사와 알파고의 기보를 보니 사람이 너무 느슨하게 둔 것 같다. 그래서 알파고의 진짜 실력이 어떤지 제대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이세돌 9단에게 덤볐지만 내가 예상하건대 아마 이 9단이 5:0으로 이길 것이다. 승패를 떠나 알파고가 지더라도 일방적으로 밀리지만 않는다면 성공한 것이다. 수년 내에 인간의 바둑 실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리라는 것은 이제 분명해졌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다. 스티븐 호킹을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류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어둡게 전망한다. 로봇과 인공지능, 유전자 기술이 결합하고 확장된 미래 세계는 상상하기 어렵다. 잘못하면 기계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그때는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의 인간이 출현할 것이다.

 

바둑의 신이 있다면 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의 경우 두 점을 깔고 대국하면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바둑의 신에 가까운 존재가 이제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최선의 수가 무엇인지 프로기사도 컴퓨터에 물어야 할 때가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왠지 허전하다. 기계가 인간을 능력을 하나하나 잠식해가고 있다. 다음 달에 벌어질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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