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경안천을 따라 걷다

샌. 2016. 9. 11. 19:18

 

걷고 싶어서 작은 배낭을 메고 경안천으로 나갔다. 집에서부터 상류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용인과 만난다. 경안천에 만들어진 보도는 시 경계에서 끝나지만 둑길을 따라 왕산교까지는 갈 수 있다. 용인 외대 캠퍼스 입구다.

 

이 길은 조용해서 좋다. 길은 잘 만들어져 있는데 걷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간간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걷는 동안 아무 방해를 받지 않는 길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제멋대로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젊었을 때는 선악, 진위의 시비를 가리느라 헛심을 썼다. 나이가 드니 둘 사이의 구분이 희미해진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도 이젠 큰소리치지 못하겠다. 대신 느림과 침묵이 어느샌가 자리를 차지하려 엿보고 있다. 앎의 종착지는 모름지기 무지인가 보다.

 

살이 쪄서 그런지 몸이 무겁다.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적어도 4kg은 빼야 옛날로 돌아가고 가벼워질 것 같다. 10km를 지나니 속력이 확 떨어진다. 몇 달 전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트레커의 한 동료는 1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매일 20여km씩 걸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달 만에 800km를 주파했다. 산티아고의 꿈은 아직 갖고 있지만 지금의 체력이라면 그 반도 지탱하지 못할 것 같다.

 

운동화를 신고 길에 나설 때가 제일 행복하다. 내 수준에 맞는 걸음이면 족하다. 힘이 있어 외국에 나가 이름난 길을 걸어도 좋고, 그저 동네 길이어도 괜찮다. 죽는 날까지 내 두 발이 성하기를, 소망은 그것 하나뿐이다.

 

길을 나서며 트랭글을 켰다. 오늘 기록된 내용은 이렇다.

 

* 걸은 시간: 3시간(12:00~15:00)

* 걸은 거리: 13km

* 평균 속력: 4.7km/h

* 고도: 52m~144m  * 소모열량: 582kcal  * 휴식시간: 15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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