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남은 바람이 있다면 조용한 터에 자그마한 집 하나 갖고 싶은 것이다. 번잡한 일상으로부터 피신처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마음이 답답한 때는 그곳에 찾아가 며칠 푹 쉬었다 오고 싶다. 책을 한 보따리 들고 가서 오직 글자 속에 묻혀 지내고도 싶다.
다카무라 토모야 씨가 쓴 <작은 집을 권하다>는 아주 작은 집에서 살아가는 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 생각 같은 세컨드 하우스 개념이 아니라 실제 거주하는 집이다. 집 크기는 대체로 세 평 안팎이다. 극단적으로 작은 집이다.
작은 집은 작고 소박한 라이프 스티일을 지향한다. 세 평 짜리 집에 산다는 건 종교적인 신념에 가까운 의지가 없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스몰 하우스 운동'에 뛰어든 이들은 대부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저자도 200만 원 정도 들여 지은 세 평 집에 살고 있다. 아래층에 거실과 주방, 욕실이 있고, 지붕 밑 다락방이 침실이다. 다른 사람들의 작은 집 구조도 대략 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전부 혼자이거나 부부가 사는 경우다. 자녀가 있다면 이런 집 크기로는 생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소개된 스몰 하우스는 한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책에 나오는 다이애나 로렌스는 켈리포니아 숲 속에 4평 짜리 집에서 남편과 전기 없이 산다. 그녀는 말한다. "가장 사치스러운 생활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과 함께 지내는 것입니다." 그녀는 워즈워스가 말한 'Simple Life, High Thinking'을 실천한다. 단순한 삶을 살자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지워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 높은 단계가 되면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생활을 채우면 그 이외의 것은 저절로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의도적인 것을 배제하는 다이내나의 삶에는 동양의 지혜가 느껴진다.
우리에게 단순한 삶이 필요한 것은 단순하지 않은 생활은 피곤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가치관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도 단순한 삶일지 모른다. 사후 세계가 있다고 믿고 사는 게 더 단순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면에 귀 기울이면 그건 가짜의 삶이라고 속삭인다. 주관적 신념의 껍질을 벗어던지는 데서 단순한 삶이 출발한다. 단순한 삶이란, 이 세계를 단순하다고 믿어버리고서 거만한 얼굴로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세상을 마음을 열고서 세계를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애나의 작은 집은 그녀가 정신을 연마하고 시간으로부터 초월한 곳에서 보편적인 것을 찾는 장소다. 사람마다 작은 집을 실천하는 이유는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환경을 생각해서, 어떤 사람은 반문명 운동의 일환으로 작은 집을 선택한다. 그러나 작은 집으로 향하는 정신은 고귀하다. 자본주의적 욕망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 삶을 부끄럽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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