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르는 건 병과 고통이다. 죽음 자체는 위협적이지 않다. 생명은 반드시 소멸한다. 누구도 예외가 없으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죽음 전에 찾아오는 고통과 상실감이 죽음을 두렵게 한다. 정신을 놓아버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깨끗하고 품위 있게 가고 싶다.
<죽어가는 자의 고독>은 고통보다는 고독의 측면에서 죽음을 바라본다. 사실 고독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죽어가는 자에게는 육체의 고통과 함께 정신적 고독도 상당히 심각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죽어가는 사람이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하고 부담만 주고 있다고 느낀다면 참으로 외로울 것이다. 현대에 들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수명의 증가, 격리 시설, 개인주의 등이 전 시대와 달리 고독한 죽음을 야기한다. 현대인은 죽음에서 배제되어 있다. 아이들은 죽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지 못한다. 중세와 다른 점이다.
인간이 죽음에 대응하는 방식은 세 가지다. 첫째는, 인생의 유한성에 대처하려는 노력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형식으로 내세에 대한 믿음이다. 둘째는, 죽음에 대한 사고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죽음을 우리의 실존과 관련된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세는 첫 번째 관념이 우세했다면, 현대는 죽음을 가능한 한 삶으로부터 떼어놓으려고 한다. 앞으로의 방향은 분명하다. 때가 되어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 쉽고도 편안한 이별이 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중병에 걸리거나 집에서 돌보기 힘들면 많은 경우 요양병원에 입원시킨다. 가족과 이웃의 관심과 위안이 가장 필요할 때 죽어가는 자는 의료 시설에 격리된다. 현대판 고려장으로 불릴 만하다. 현대인은 어느 시대보다도 고독하게 죽어간다. 중세인들이 훨씬 험하고 고통스럽게 죽었지만 현대인처럼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쓴 이 책은 죽어가는 자의 고독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다루는 주제에 비해 분량이 짧아 깊이 있는 설명이 부족한 게 아쉽다. 역사, 심리학, 사회학 등 연관되는 분야도 여럿이다. 다른 동물은 죽음을 예비하지 못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다운 죽음을 소망한다. 죽어가는 자의 고통과 소외감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가? 우리 인생에서 제일 중차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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