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욱 시인의 산문집이다. 신문 칼럼에 실렸던 글이라 700자 안팎으로 분량이 짧다. 정해진 규격에 맞춰진 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의 문체 자체가 간결하고 담백하다. 바삭바삭 건조한 느낌도 든다.
글의 소재는 대부분 시인의 일상에서 길러온 것들이다. 스쳐 지나갈 하찮은 일이 시인의 감수성을 통해 반짝반짝 빛이 나는 보석으로 변한다. 글을 읽으며 우리는 너무 많은 소중한 것들을 그저 흘려 보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 곳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된다.
매사에 서툴고 느리고 둔하다.
그래서 싫기도 하고 안 싫기도 하다.
혼자 일하기와 혼자 놀기는 제법 한다.
그래서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두툼한 손을 부러워하고 겹눈의 세계를 궁금해한다.
그래서 시를 쓰게 된 것 같다.
광주와 서울에서의 심심하고 맹한 일상을
물수제비를 뜨는 마음으로 적었다.
책머리에 쓴 시인의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줄어든다. 그저 그런 '심심하고 맹한 일상'이 반복된다. 인간다운 삶이란 말랑말랑한 감성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느끼냐이다.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닌 작고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살려낼 줄 안다면 인생은 나이에 관계없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인용 책>이라는 제목은 겸손한 표현 같다. 공감도는 결코 '일인용'이 아니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것을 쓴다는 건 힘이 있다. 그리고 글의 감동은 기교가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다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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