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끝날에 경안천을 걷다. 하늘은 흐리지만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 겨울 냉기는 없다. 경안천 오리가 오늘은 자맥질을 멈추고 얼음 위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몇 달 동안 생활이 많이 헝클어졌다. 쓸데없다는 걸 알면서도 흔들리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가까운 사람한테는 짜증도 자주 부렸다. 앞을 가로막은 벽이 너무 답답했다.
망년(忘年) 대신 송년(送年)이라는 용어를 권하지만, 올해는 망년을 그대로 쓰고 싶다. 정말 잊고 싶은 한 해다. 더는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바닥까지 내려갔으니 이젠 회복될 일만 남았다. 나랏일이나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이 희망이다.
물 같이 보이는 얇은 얼음 위에서도 새는 편안하다. 새의 가벼움이 부럽다.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면서 사람답지 않은 짓을 찾아서 하고, 가볍게 살아야 한다면서 온갖 무거운 짐은 다 짊어지고 있다. 어리석은 인간이다. 본래 그리 생겨먹었으니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해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착잡하다. 비우고 내려놓아야 할 뿐이다. 또다시 움켜쥐더라도 우선은 그렇게 다짐할 일이다. 그것밖에 없다. 인생이 그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