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의 계절이 찾아왔다. 꽃이 하늘을 보는 놈도 있고, 땅을 보는 놈도 있다. 중나리는 아마 중간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겠다. 중나리와 털중나리의 차이는 말 그대로 솜털의 유무다. 여름의 초입에 꽃을 피우면 대개 털중나리가 맞다.
이 시기 산길을 걷다 보면 털중나리를 가끔 만난다. 한 개체씩 고독하게 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초록 세상에서 붉은색 나리는 단연 눈에 띈다. 작은 환성에 산행의 피로가 가신다. 여름 산의 고마운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