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은 동네 뒷산처럼 포근하다. 걸어가도 될 만큼 아차산과 가까운 거리에 산 적이 있었다. 그때의 친근함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기도 하겠다. 아차산에 난 길의 대부분을 걸어 보았다. 그런데 떠나고 나서는 아차산에 올 기회가 적었다. 헤아려보니 4년 만이다.
오전에는 맑았는데 한낮이 되면서 하늘은 구름으로 덮였다. 산 정상 가까이 갔을 때는 눈송이도 보였다. 잠시 날리다 말았지만 올해의 첫눈을 맞았다. 신현팀과 두 번째로 함께 했다. 거의 다 아는 사이라 합류해도 자연스러웠다.
용마산을 넘어 중곡동으로 하산할 예정이었으나 날씨가 궂어져서 긴고랑계곡으로 내려왔다. 시장통 허름한 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점심을 했다. 소박한 밥상이라 마음이 풍성했고, 막걸리 석 잔에 배가 불러 세상이 다 내 것이 되었다.
산과 식당에서 나눈 얘기의 9할이 옛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이었다. 공유하는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정서적으로 가까워진다. 그런 것이 달콤해지면서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동시에 외롭다는 신호이기도 하지 않을까. 우리는 함께였음을 확인하면서 쓸쓸함을 버텨내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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