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세미원에 세한정(歲寒庭)이라는 정원이 있다. 추사의 세한도(歲寒圖)를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이다. 건물은 전혀 세한도 분위기를 못 내지만 소나무는 그림 속 노송과 닮았다. 세한정을 조성하면서 비슷하게 생긴 나무를 구해 이곳에 옮겨놓은 듯하다.
그림에는 나무 네 그루가 그려져 있는데, 눈길을 끄는 나무는 단연 오른쪽에 있는 소나무다. 벼락을 맞은 듯 줄기는 부러졌고, 가지 하나만 옆으로 뻗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추사의 곤고한 삶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세한도의 주제는 신의라 할 수 있다. 발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제일 늦게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드는 것을 안다'고 하였으니, 소나무와 잣나무는 사철을 통해 시들지 않는 것이지만, 춥기 이전에도 하나의 송백이요, 추운 뒤에도 하나의 송백인데, 성인이 특히 추위를 당한 이후를 칭찬하였다. 지금 군이 나에게 대해 앞이라고 더한 것도 없고 뒤라고 덜한 바도 없으니, 내가 어려움을 겪기 이전의 군은 말할 것 없거니와, 어려움을 겪은 뒤의 군은 또한 성인에게 칭찬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군(君)은 스승의 귀양살이 이후에도 변함없이 스승을 모신 제자 이상적(李尙迪)을 가리킨다. 곤궁해졌을 때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가 무엇을 좇아 가까이 있었는지 금방 드러난다. 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추사의 심사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