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바다부채길을 걷다

샌. 2019. 3. 26. 11:43

강릉에 다시 간 목적은 꽃 핀 율곡매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때를 못 맞췄다. 율곡매 매화는 이미 졌다. 강릉은 서울보다 위도가 높은 데도 꽃이 피는 시기는 빠르다. 목련은 지고, 벚꽃은 개화를 시작했다.

아쉬움을 접고 정동진으로 가서 아내와 바다부채길을 걸었다. 이 길의 공식 명칭은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다. 정동진과 심곡항을 연결하는 탐방로인데, 그동안 해안 경비를 위해 출입이 통제되던 곳이다. 이곳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을 하고 있어 '바다부채길'이라는 이름이 선정되었다. 바다부채길 길이는 2.9km다.

썬크루즈 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남쪽 방향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안단구 지형을 볼 수 있다. 정동진 해안단구는 신생대 3기 말인 2300만 년 전 지반의 융기작용으로 형성되었다. 융기로 해수면이 80m 정도 후퇴하고 퇴적층이 침식되어 현재와 같은 지형이 생겼다. 해안단구의 길이는 약 4km, 너비는 약 1km, 높이는 80m이다.

역시 동해 바다였다. 바다 색깔이 고왔다. 새롭고 신선한 자극으로 오감이 한껏 열렸다.

평일이라 사람이 적어 좋았다. 이런 데서만은 인간의 소음을 피하고 싶다.

여러 모양의 바위를 보는 재미도 있다. 주로 퇴적암이지만 일부 화산암도 보인다.

육발호랑이 전설이 깃든 투구바위다. 강감찬 장군이 강릉에 부임해 왔을 때 주민의 골칫덩어리였던 육발호랑이를 쫓아냈다고 한다. 바위가 만드는 경치가 제일 멋진 곳이다.

암벽에 찰싹 달라붙은 채 자신을 지켜가는 나무의 생존력에 감탄한다.

인공 폭포도 있다.

길의 끝인 심곡항이다. 여기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원점으로 돌아갈 생각도 했으나, 3km 정도로는 걸음이 미진하여 되돌아섰다. 주로 편도를 걷지, 왕복하는 사람은 드물다.

심곡항의 빨간 등대는 출입을 통제해 가까이 가 볼 수 없었다.

되돌아가는 길은 늦은 오후여서인지 더 인적이 끊어졌다.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걸음이 행복했다. 매화는 놓쳤지만 바다부채길로 충분히 만회했다.

나는 감자옹심이를 좋아한다. 외식할 때면 감자옹심이 음식점에 자주 간다. 이번 강릉 나들이에서는 점심을 먹기 위해 유명하다고 소문난 감자옹심이집을 찾아갔다.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감자의 본고장 맛 실망했다. 국물을 첫 숟가락 맛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달짝지근한 우리 동네 맛에 길들여진 탓인지 모른다. 같은 감자옹심이지만 강릉과 우리 동네는 완연히 다른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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