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소견

샌. 2019. 7. 22. 19:24

점잖게 말하면 '수출 규제'이고, 사실은 '경제 보복'이다. 위안부 합의 사항을 파기한 것과, 개인의 불법 징용에 대해 일본 기업의 배상을 결정한 우리나라 대법원판결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역시 아베다운 행동이다.

 

첫째, 정치 문제를 무역으로 보복하는 일본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일본은 한국 반도체 제조에 꼭 필요한 소재의 수출 길을 막으려 한다. 자기들만 가지고 있는 핵심 기술이니 대체재도 마땅치 않다.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가하려는 치졸한 짓이다. 이렇게 하면 세계 자유무역의 질서는 깨진다. 상대국 정책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는 한국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음이 명약관화하다. 껄끄러운 문재인 정권을 교체하려는 얄팍한 수작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다.

 

둘째, 그렇지만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처하자. 이번 사안은 결국 외교로 풀 문제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감정보다 이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극적인 표현을 써서 논란을 사고 있다. 전략가는 의도적인 포커페이스가 되어야 한다. 과한 애국의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쉽게 끓으면 쉽게 식는다. 극일(克日)은 차분히 지속해서 이어져야 할 운동이다. 손쉬운 흑백 논리로 편 가르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 고위 관료들은 진중하길 당부한다.

 

이 상황에서 야당과 일부 언론의 끈질긴 정부 비판은 안타깝다. 지금은 정부의 실책을 찾아내고 비난할 때가 아니다. 함께 중지를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길 바라는 무리가 있다. 매국노라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일본을 대하는 다양한 생각과 태도가 있을 수 있다. 제발 정파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지 말길 바란다. 적전 분열로 국력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

 

셋째, 자발적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지지한다. 우리나라는 한일 국교가 정상화된 지 5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65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적자가 700조 원이 넘는다. 작년 무역 적자도 30조 원에 이른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무역 구조니 쉬이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이번 사태로 우리 처지를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불매 운동이 일본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 국민의 의지를 일본에 전달할 필요는 있다. 더 이상 한국을 깔봐서는 안 되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의미다. 내가 사는 일본 제품은 카메라와 렌즈다. 이 분야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삼성이 카메라 사업에 나섰다가 지금은 접어서 아쉽다. 한 해에 일본으로 여행 가는 사람이 7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국내 여행보다 더 자주 일본을 들락거리는 사람도 있다. 좀 자제할 필요가 있겠다.

 

넷째, 위기는 기회다. 나는 이번 사태를 비관하지 않는다.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듯 호들갑 떨 것까지는 없다. 일본의 압박이 오래 갈지 모른다. 저들이 뺀 칼을 쉽게 거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방법으로든 외교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사태를 만든 아베가 얻을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받은 충격을 건설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수출입 품목을 보니 정말 한심하다. 소재나 부품, 기계류는 거의 일본에서 수입한다. 너무 일본에 의지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농수산물 같은 일차 산업 생산물이다. 기술 자립을 위해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나라가 튼실해지려면 기초가 단단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좋은 찬스가 온 것이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다섯째, 표적을 정확히 하자. 아베와 극우세력은 미워하되, 일본 국민까지 도매금으로 욕할 것까지는 없다. 나쁜 정치인과 일반인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도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들의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앞으로 우리가 남북 평화 시대를 만들고 통일을 이루자면 일본의 협력이 필수다. 무조건 반일(反日)만 외치면 우리 발걸음도 둔해진다. 한일 두 나라가 결국은 공존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10%대로 떨어졌다. 또한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도는 70%를 넘는다. 양국 사이에 생긴 간극이 너무 깊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앙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상 무마에 급급해서 민족의 자존감을 소홀히 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일본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무척 까다롭고 곤란한 이웃이다. 모든 사물과 현상에는 양면성이 있다. 그를 우리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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