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세상에 이런 일이

샌. 2019. 7. 10. 12:44

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고, 침대는 90도로 발딱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페인 여행 중 새벽 3시에 어느 호텔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것이 그때의 황당한 상황이다. 아무리 가장자리에 누워 있다 하더라도 침대가 뒤집어질 수 있겠는가. 소리에 놀라 옆 침대에서 자던 아내도 일어났다. 둘 다 어이없어했다. 아내는 침대 다리가 부러진 게 아닌지 살펴봤지만 철제 다리는 이상 없었다. 설령 다리가 부러졌대도 한 편으로 무너지기만 하지 저렇게 발딱 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기며 침대를 바로 세워 놓고 다시 잠이 들었다. 해외여행이라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침대는 구조상 사람 몸무게 정도의 하중으로는 넘어질 수 없다. 저렇게 세우자면 반대쪽에서 큰 힘이 가해져야 한다. 더구나 호텔 침대는 간이식도 아니다. 도저히 이해 안 되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가이드에게 얘기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반은 믿지 않는 눈치다. 메트리스가 미끄러져서 고객이 침대에서 떨어진 적은 전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침대가 어떻게 저 혼자 설 수 있겠는가.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잘못했다 싶다.

 

자꾸 오컬트 영화가 생각난다. 알 수 없는 영적인 힘이 물건을 움직이는 현상은 귀신 영화에서 흔히 보인다. 호텔 룸 안에 뭔가가 살고 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그 힘이 침대를 세웠고, 나는 내동댕이쳐졌다. 그 서양 귀신(?)나를 해코지하려고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아무 데도 다친 데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일까. 아무튼 여행은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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