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노미(藏頭露尾),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0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다.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고 있다는 뜻인데,진실을 숨기면서 들통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꿩이 매를 만나면 혼비백산하여 땅에 머리를 처박는데 몸은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숨으나마나다. MB 정권이 하는 짓거리가 꼭 그와 같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유난히 장두노미스러운 말잔치가 성행하고 있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인 녹색성장, 공정사회, 국격 등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최근에 MB가 한 발언이다. 4대강 사업이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의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그 사람은 강산(江山)이라고 하면 토목공사밖에 연상을 못 하는 것 같다. 착각이라고 하면 그런대로 봐 줄 만하지만 만약 의도적인 조작이라면 참으로 나쁜 정권이 아닐 수 없다.
이 정권은 국민들에게 안하무인이고 고집이 너무 세다. 국민의 과반수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해도 도리어 1년 안에 끝내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과거 개발 시대의 건설회사 사장 마인드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속도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 인권과 민주, 남북관계에서 이 정권의 역주행은 심각하다. 특히 강경한 대북 정책으로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4대강 논란, 용산 참사, 노무현 관련 수사, 천안함 침몰, 인권 침해, 민간인 불법 사찰, 예산안 날치기 통과, FTA 졸속 협상 등 어느 사안에서도 이 정권은 진실을 공개하기는 커녕 진실을 감추고 호도하기에 바빴다. 그런 점에서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를 선택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난다. 저들이 아무리 머리를 감추고 숨는 척 해도 국민의 눈은 모든 것을 보고 있다. 오늘은 2010,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 경향신문 만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