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알람을 끄다

샌. 2010. 12. 20. 08:20

아침 6시면 단잠을 깨우던 휴대폰의 알람을 OFF 시켰다. 드디어 오늘부터 알람이 필요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밥벌이를 위해 살았던 시간표의 삶에서 떠났다. 아직 공식적으로 끝난 것은 아니지만 남은 기간은 미련 없이 휴가를 내고 쉬기로 했다.

알람을 끄고 넥타이를 벗어던질 날을 얼마나 고대했던가. 그날이 결국은 찾아왔다. 일상의 짐을 벗어버린 지금은 홀가분하다. 사람들은 십중팔구 무슨 일을 할 거냐고 묻는데, 너무 자주 들어 이젠 대꾸하기도 지쳤다. 그저 허허 웃기만 한다.

당분간은 아무 일 없이 지낼 것이다. 잠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먹고 싶을 때 먹고, 걷고 싶을 때 걷는다. 책이 고프면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묻혀 지낸다. 그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짜증 가득한 아이들 얼굴 보지 않아도 되니 행복하고, 마음에도 없는 빈 말 하지 않아서 행복하다.

자유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는 건 좀 뒤에 생각하자. 지금은 꽉 막힌 상행선을 바라보며 시원스레 하행선 차로를 달리는 기분을 즐길 때다. 나는 날마다 일요일이야, 선배는 환하게 웃었다. 이제 이 정도의 사치는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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