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고향 내려가는 길이 굉장히 막혔다. 평소 두 시간이면 넉넉하던 길이 여섯 시간이나 걸렸다. 이번 추석에는 첫째가 동행했다. 며칠 전에 운을 떼었더니 기꺼이 내려가겠다고 했다. 내심 고마웠다. 조카 식구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바람에 모이는 숫자가 단촐해졌다.
동생과 차례를 지내고 조상 산소를 찾아뵈었다. 엎드려 절 할 때에 조상님께 면구스럽기만 했다. 하늘에서 내려보신다면 형제, 친척간의 우애를 제일 바라실 게 아닌가. 이런 말이 있다. "효도하고 우애하지 않는 자는 있어도, 우애하는 자로서 효도하지 않는 자는 없다."
9월 13일이 추석이니 올 한가위는 무척 빠른 편이다. 들의 벼는 이제 익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계시니 명절에 고향을 찾는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교통 정체에 시달리며 찾아갈 이유가 없다. 고향 마을을 고향답게 만들어주는 건 어머니의 힘이다. 내년이면 아흔이 되시는 어머니, 동네에서 제일 고령이시지만 아직은 정정하신 편이다. 자식 입장에서는 고맙기 그지 없다.
집 앞에는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텃밭이 있다. 어머니의 깔끔하고 부지런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지런히 움직이시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못 찾아뵈어 죄송하고,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달라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마음 아프다. 자주 내려와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된다. 그래서 인간은 늘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가 보다. 생각해 보면 어려운 일 아닌데,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어쩌면 잊어버리려 애쓰는지 모른다. 부모나 자식이나 서로 안타까움을 품으면서 살아간다. 잘 살아가면 잘 살아가는 대로, 못 살아가면 못 살아가는 대로, 어찌 아쉬움이 없겠는가. 누구라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내 할 몫을 하도록 노력하고 감사하며 살기, 거기서 더는 바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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