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은 희한하다. 어쩜 이렇게 쉼 없이 피고 지기를 멈추지 않을까. 7년 전에 산 제라늄이다. 줄기는 고목처럼 굵고 뒤틀려 있다. 천일홍, 무궁화라는 꽃이 있지만 이름만 그럴 뿐 제라늄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사시사철 꽃을 피워내는 제라늄의 한결같음이 경이롭다.
제라늄의 꽃말을 찾아보니 '우정' '진실한 사랑' 등과 연관되어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고사 속 미생처럼 우직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경박스러운 세태에서 제라늄의 일관성이 더욱 돋보인다. 바라봐주지 않아도 제라늄은 그대 향한 그리움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하철역에 전시된 노인 복지관 어르신들의 작품을 보았다. 이제야 한글을 깨우치신 한 할머니의 시가 눈에 띄었다. 제목이 '아름다운 만남'이다.
나는 글을 몰라 평생을 눈 뜬 봉사로 살다가
복지회관에서 공부도 배우고
글도 읽고 쓰고 좋은 친구를 만나서 좋았다
글을 배우고 보니
우리 집 꽃 이름을 쓸 수 있다
꽃 이름은 제라늄이다
할머니 집에도 제라늄이 있었나 보다. 꽃 이름을 쓰게 되었을 때 할머니는 얼마나 기뻤을까. 정성들여 쓴 단정한 글씨가 할머니의 고운 마음을 보여준다. "할머니,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