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바비(Bavi, 8.22~8.27)가 지나갔다. 서해안을 따라 북상했는데 다행히 큰 피해 없이 통과했다. 기상청에서는 역대급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이번에도 기상청의 과장 예보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태풍만이 아니라 기상청 예보가 지나치게 오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게 반복되면 기상청은 양치기 소년이 될 수밖에 없다. 조심하라고 외쳐도 국민은 별로 안 믿게 된다. 기상청은 과학이다. 오직 데이터로 말해야 한다. 예측이 잘못되어 욕을 먹더라도 사실대로 전하는 게 옳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의 크기 예측이 잘못되었다고 시인했다. 폭풍반경을 보면 거의 배 가까이나 틀렸다. 우리 같은 아마추어가 봐도 바비는 그렇게 덩치가 큰 태풍이 아니었다. 수도권에서는 출근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는데 막상 태풍이 지나간 뒤라 조용했고, 태풍의 체감을 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지나간 건 고맙긴 하지만 뒤끝은 씁쓸하다.
기상청의 경고 때문에 그날 모임은 취소하고 아예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태풍이 지나가도 종일 비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걷기에 제일 좋은 날이 되었다. 비 대신 해가 나왔다. 속은 듯 허탈했다.
강한 예보를 하면 틀리더라도 욕은 덜 먹는다. 혹시 그런 이유 때문에 기상청이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기상청에서 발표한 바비의 예측 경로.
▽ 실제 바비의 경로. 이건 기상청이 정확하게 맞추었다.
▽ 24시간 간격으로 찍은 기상위성 사진.
▽ 8월 26일 밤 9시, 서해안을 통과중인 바비.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