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미상

샌. 2021. 6. 20. 10:30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나는 잠들지 않습니다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나는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아침 소리에 깨어날 때

나는 하늘을 고요히 맴돌고 있습니다

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입니다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나는 죽지 않습니다.

 

-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미상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n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 A thousand winds / author unknown

 

 

매주 시 한 편을 읽자고 다짐한 게 40세 즈음이니 이제는 30년이 된 습관이 되었다. 블로그를 하면서는 시에 짧은 감상을 붙이며 올렸는데 오늘로 1,000편이 되었다. 자축하며 내가 나에게 대견하다고 토닥여준다.

 

기념으로 '천'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 시를 고른다. 이 짧은 시는 영어권에서는 많이 알려진 시다. 유명 인사들의 장례식에서도 자주 낭독되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자리에서 이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함께하며 남은 자들을 위로하고 달래준다. 이 시를 누가 썼는지는 미정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승되던 것을 영어로 옮겼다는 설도 그중 하나다.

 

'죽는다'를 뜻하는 우리말에 '돌아간다'가 있다. 이 시와도 어울리는 참 좋은 표현이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시에는 신(神)이나 천국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바람, 눈, 비, 별, 햇빛 등 자연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죽음이 따스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누군가의 손길이 나를 부드럽게 감싸며 위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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