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어감이 좋지 않다. 왕따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말이다. 타인이야 뭐라고 생각하든 말든 혼자의 자족을 즐긴다면 그 또한 멋진 인생이 아니겠는가.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외톨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오히려 외톨이가 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하는 게 맞을지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좋다면 굳이 밖에서 찾으려고 쏘다닐 필요가 없다.
무리를 짓고 어울리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있다. 인생에서 친구와 돈이 중요하다고 믿는 부류다. 그런 사람에게는 외톨이가 된다는 것은 비극일지 모른다. 시간 낭비일 망정 마시고 떠들어야 사는 맛이 난다. 지나고 나서 뭔가 허전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순간의 쾌락이지 내면의 참 행복은 아니다.
일과 인간관계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둘은 너무 과대평가되어 있다. 인간 해방은 능력과 성과주의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존재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
자발적인 외톨이는 고독할지언정 외롭지 않다. 외로움은 친구나 지인과의 격리에서 생기는 타의적인 감정이다.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홀로 존재하기다. 행복을 타자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찾는다. 자발적인 외톨이는 고독인(孤獨人)의 다른 이름이면서 내면의 행복으로 나아가는 자다.
자발적 외톨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방해하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면 저 혼자서 잘 논다. 때로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든가 대인기피증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타인과의 소통은 필요성을 그다지 못 느낄 뿐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다. 아무리 발버둥친들 도망갈 수 없다. 부처님의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存)'은 인간의 절대 고독을 표현한 말이다. 인류 정신사에 위대한 흔적을 남긴 분들은 대부분 행복한 외톨이였다. 종교의 속성도 기본적으로 행복한 외톨이를 지향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행복한 외톨이는 노년이 될 수록 빛을 발한다. 노년은 인간이 고독한 존재라는 자각의 시기다. 밖으로 향한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물어야 한다. 소홀히 하다가는 갑자기 드러나는 공허한 내면에 소스라칠지 모른다. 관조와 체념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행복한 외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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