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마스크를 벗고 당구를 쳤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래로 근 3년 만이다. 사흘 전부터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기 때문이다. 습관이 된 건지 조심하는 건지 셋 중 둘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야외에서도 아직 태반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별 이상한 일도 아니다.
서양 사람들은 쓰라고 해도 안 써서 소동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는 쓰지 말라고 해도 각자 알아서들 잘 쓴다. 오늘 뉴욕타임스에서 이 현상을 다룬 기사가 났다. 전 세계가 마스크를 벗고 있지만 한국은 민낯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과 일본의 여성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면 화장을 하거나 웃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고 있으며, 마스크를 벗으면 다시 '꾸밈 노동'에 대한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동아시아 특유의 예의범절도 자발적 마스크 착용자가 많은 이유로 지목됐다.
내가 개인적으로 물어본 바로는 썼다 벗었다 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쓰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는 게 도리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가 되었다. 인간은 놀라운 적응의 동물이란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여덟 명이 나와서 두 테이블로 나누어 4구와 3쿠션 게임을 했다. 나는 점수가 낮은 편이지만 3쿠션을 좋아한다. 칠 때마다 들쑥날쑥이지만 오늘은 연속으로 1등을 했다. 공이 내 의도대로 잘 맞아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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