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설을 쇠고 다시 고향에 모셔다 드렸다. 어머니가 목감기가 걸리신 데다 날씨가 추워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온전히 집안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었던 여드레였다.
노쇠한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의 진폭이 컸다. 불효에 대한 죄스러움과 함께 해가 다르게 달라지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슬픔과 안타까움이 겹쳤다. 누구나 살고, 늙고, 병들고, 죽지만 내 부모가 되면 그런 과정이 당연하거나 무심할 수 없다. 무자비한 세월이 주는 인생의 쓸쓸함과 허무가 너무나 짙었다. 파스칼은 말했다. "세월 앞에서 인간사라는 것은 생의 본질적 비참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동시에 피붙이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이 곁들어 따라다니는 것도 힘들었다. 다행히 이틀 동안은 손주가 있어서 시름을 잊고 웃을 수 있었다.
더 계시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시골집이 걱정되어서 내려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감옥 같은 아파트 생활이 답답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자식의 작은 배려도 엄청 부담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내려간 날 저녁 하늘은 맑고 별이 총총했다. 마당에서 휴대폰으로 밤하늘을 찍어 보았다. 오리온자리가 정면으로 들어왔는데 밑에는 가로등 불빛이 붉게 번졌다.
다음날 오후에는 눈이 내렸다. 안 그래도 조용한 시골 마을이 더 적막해졌다.
어머니를 포함해서 시골 노인들에게 유일한 벗이 TV다. 어머니는 저녁 8시대에 하는 연속극 '태풍의 신부'와 '내 눈에 콩깍지'를 즐겨 시청하신다.
어머니는 성격이 부지런하고 깔끔해서 주변 정리는 완벽하게 하신다. 노인이 거처하는 집 같지 않게 안팎이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하다. 대신에 음식에는 관심이 없다. 거실과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꺼내 드시는 것도 귀찮아하신다. 반면에 비슷한 연배의 장모님은 다른 무엇보다 요리를 즐기신다. 지금도 이런저런 음식을 직접 해서 이웃과 나누어 드시는 재미로 사신다. 각자의 성격이 노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 같다. 음식에 관한 한 어머니가 장모님의 반의 반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무리 당부해도 고개를 저을 뿐이니, 그게 자식으로서 제일 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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