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볼일이 있는 처제네는 아침 식사 후 장모님을 모시고 일찍 집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퍼플섬을 구경하고 올라가기로 했다.
먼저 숙소 가까이 있는 '천사섬 분재공원'에 들렀다. 이 공원은 압해도 송공산 남쪽 기슭 5만 평 부지에 조성되어 있다. 명품 분재와 수목, 조각상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공원의 중심은 애기동백숲이다. 겨울에 애기동백이 필 때 와야 공원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온실에서는 이 주목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물경 1,500살이나 되었다고 한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자태가 웅장하다. 그러면서 잎이 달린 가지는 싱싱하고 균형 잡혀 있다. 옆 온실에는 2,000살 된 주목도 있는데 개방을 하지 않아 멀리서 흐릿하게만 봤다.
이어서 퍼플섬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안좌도로 갔다. 나는 두 번째 방문이지만 아내가 꼭 가보고 싶어했다.
퍼플섬은 안좌도와 박지도, 반월도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세 섬을 연결하는 보라색 목교가 놓여 있다. 다리만 아니고 마을 지붕이나 구조물도 전부 보라색을 칠했다. 각 섬에도 트레킹 코스가 있어 온전히 둘러보자면 하루로도 부족하다.
입장료는 5천 원인데 보라색을 착용하면 무료다. 아내는 보라색 신발을 신었고, 나는 아내의 보라색 모자를 썼다.
박지도로 건너가서 전동차를 빌려(2만원/30분)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걸어서 돌았을 것이다. 이젠 그만큼 나이가 들었고 의욕도 떨어졌다. 대여료가 비싸긴 했으나 재미있었다.
박지도 동편 사면에는 보라색의 라벤더 화원이 만들어져 있다. 이번 주말부터 라벤더 축제가 열린다.
뜻하지 않게 계획이 어긋나 버린 2박 3일의 신안 여행이었다. 원래는 나 홀로 섬티아고 걷기가 들어 있었지만 아내와 함께 하는 증도로 대치되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런대로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신안 섬 여행을 제대로 하자면 일주일이라도 부족할 것 같다. 이래서 특정 지역에서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가 유행하는가 보다. 저녁 늦게 집에 도착해서 똑같은 소리가 나왔다. "뭐니뭐니해도 내 집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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