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당신을 무엇을 하고 있는가? 비닐봉지를 줄이려고 에코백을 샀는가? 페트병에 담긴 음료를 구입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갖고 다닐까?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했을까?
단언한다. 당신의 그런 선의만으로는 무의미할 뿐이다. 오히려 유해하기까지 하다.
왜 그럴까? 온난화 대책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고 믿는 당신이 진정 필요한 더 대담한 활동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에코백과 텀블러 등을 구입하는 소비 행동은 양심의 가책을 벗게 해주며 현실의 위기에서 눈을 돌리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있다. 그런 소비 행동은 그린 워시(green wash), 즉 자본이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한 행동을 하면서도 환경을 위하는 척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너무도 간단히 이용되고 만다."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의 서문은 이렇게 도발적으로 시작한다. 이 책의 지은이가 주장하는 바는 자본주의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구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스템은 약탈에 기반을 둔 제국적 생활양식이다. 중심부 사람들의 풍요를 위해 주변부 사람들은 착취를 당하는데 자연환경도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제국적 생활양식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내면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진실과 마주하길 원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제학자인 사이토 고헤이가 쓴 이 책의 부제는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새롭게 해석해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은이가 붙인 이름은 '탈성장 코뮤니즘'이다. 마르크스 사상에 탈성장 이론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어쨌든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를 대비한 이론적 틀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탈성장 코뮤니즘의 기본 방향을 지은이는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사용가치경제로의 전환이다. 이익이 중심이 되는 상품의 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경제로 전환하여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노동 시간 단축이다. 노동 시간은 줄이고, 생활의 질은 높인다. 돈벌이만을 위한 쓸데없는 일이 줄어들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셋째, 획일적인 분업 폐지다. 노동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창조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자본주의 분업체제의 노동은 획일적이고 단조롭다. 생산 현장이 이익보다 보람과 상호부조를 우선하는 구조로 되어야 한다.
넷째, 생산 과정의 민주화다. 생산 과정의 민주화도 경제를 감속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다섯째, 필수 노동의 중시다.
어찌 보면 뜬구름 잡는 얘기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커먼(common)'이다. 커먼이란 사회적으로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부(富)를 가리킨다. 커먼은 미국형 신자유주의와 소련형 국유화 모두와 대치하는 제3의 길을 여는 데 중요한 열쇠다. 커먼은 수도, 전력, 주택, 의료, 교육 등을 공공재로 삼아서 사람들이 스스로 민주주의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한다. 이것들을 사회적 공통 재산으로 삼아 시장의 기준에 맡기지 말고 사회적으로 관리해 나가자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성장 위주의 자본주의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여기서 궤도 수정을 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 우선 지구 온난화로 머지 않아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다. 신속하게 경제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고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미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흠뻑 빠져서 익숙해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쓰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근본적인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무관심했던 탓에 1퍼센트의 부유층, 엘리트층은 자기들 멋대로 규칙을 바꾸고 자신들의 가치관에 맞춰서 사회의 구조와 이해득실을 주무를 수 있었다. 그랬지만 이제는 단호하게 'NO'를 외칠 때다. 냉소주의를 버리고 99퍼센트의 힘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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