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조개나물(2)

샌. 2010. 5. 23. 07:38


조개나물하면 무덤과 함께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래전의 어느 봄날, 천진암에 갔다가 성인 묘역의 무덤에 핀 조개나물을 보았다. 말끔하게 단장된 봉분 위에 피어있던 조개나물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잔디를 손질하시는 분이 예쁜 꽃이라고 그냥 살려두었음에 틀림없었다. 경건하게 기도를 하고 있는 참배객들 앞에서 무덤에 기대어 사진을 찍었으니 불경스럽다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덤 위에 핀 자줏빛 조개나물이 너무나 강렬하여 그냥 지나칠 수없었다.

 

그 뒤로도 조개나물은 할미꽃처럼 무덤 주위에서 자주 만났다. 무덤 주변에서 잘 자란다는 것은 햇볕이 잘 드는 석회질 토양을좋아하는 성질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바다와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조개나물에 왜 '조개'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될 것도 같다.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바닷가 조개 무더기 부근에도 이 조개나물이 잘 자랄 것만 같다.

 

이번에 장봉도 산길을 걷다가 숲길 주변에 피어 있는 조개나물을 많이 만났다. 그늘이 진 곳인데도 잘 자라는 게 특이했다. 조개나물에는 잎이나 꽃에 흰 솜털이 가득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지는 않지만 줄기를 따라 층층이 핀 꽃은 지나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조개나물의 특성이 그러하니 무덤을 장식하는 꽃으로는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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