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그들과 나

샌. 2010. 4. 1. 11:01

지난 토요일은 무척 바빴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두 군데에, 모임이 또 두 곳이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동분서주했다. 조용하게만 지내던 샌에게도 이렇게 바쁜 날이 있기도 하다.


모임에서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서로 나누기 마련이다. 정치나 사회, 교육을 비롯해 건강이나 자식문제, 노후생활 등 주제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내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다. 같은 세상을 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다른 것 같다. 지난 토요일의 모임은 대부분이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어서였는지 유독 심했다. 사사건건 마찰이 생겼고, 나중에는 입을 다무는 게 상책이었다.


내가 볼 때 그들은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대신 그들도 나를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라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피장파장이지만 사람의 의식 수준이 한 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다. 비록 세상의 조건에 잘 맞추어 사는지 몰라도 그들은 현실 너머의 세계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과 나 사이의 소통의 벽은 마치 매미에게 겨울을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견고하다.


그렇게 느껴지는 차이가 어떤 때는 매우 절망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다르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기도 하다. 또 나는 옳고 그들은 틀렸다고도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잠깐 있다가 사라지는 나그네들로서 왼쪽으로 가느냐, 오른쪽으로 가느냐로 티격태격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보수와 안정 지향적으로 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별나다면 내가 별난 사람일 것이다.


유유상종이라고 서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자리가 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세상살이가 내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만나며 살 수는 없을 터이다. 가족조차 내 마음을 이해시키기 힘든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랴. 인생은 누구나 제 잘 난 맛에 사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은 적당히 모른 척 눈 감아 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안달한다고 꿈쩍도 안 하는 세상, 그냥 피식 웃음이나 한 번 날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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